당초 계획보다 시총 기준 앞당겨…상장유지 요건도 대폭 강화
'연착륙'에서 '신속 퇴출'로 선회…법원, 강화 조치에 제동
[※ 편집자 주 = 법원이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 규정에 대해 가처분 단계에서 위법·무효라고 판단하면서 부실기업의 신속 퇴출을 추진해온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정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거래소는 시행세칙을 긴급 개정해 일부 기업의 상폐 절차를 중단했지만, 같은 규정으로 이미 퇴출된 기업과 정리매매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세 차례에 걸쳐 이미 이뤄진 상장폐지와 투자자 구제의 쟁점, 거래소의 긴급 대응, 상폐 기준의 강화 과정을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법원이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 제도에 제동을 걸면서 쟁점이 된 상폐 기준의 강화 과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시장 충격을 우려해 단계적으로 상향하려던 시총 기준은 올해 들어 부실기업의 '신속 퇴출'에 정책의 무게가 실리면서 일정이 대폭 앞당겨졌다. 상장 유지 요건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이후 시장 상황 악화로 금융당국이 추가 상향 일정을 연기하고 코넥스 이전상장이라는 퇴로까지 마련했지만, 법원은 이미 강화된 규정의 적용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는 지난 2일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뒤 90거래일 내 기준금액 이상 상태를 '45거래일 연속'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하는 규정이 문제가 됐다. 시총 상폐 기준의 상향 시점을 당초 예고된 일정보다 앞당긴 조치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인용은 이례적인 결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제기된 상장폐지 관련 가처분 소송 85건 가운데 인용 사건은 단 2건(2.4%)에 불과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가처분 소송 인용률이 낮다"며 오히려 소송 증가에 따른 퇴출 지연을 우려해 법원과 협의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두 기업의 가처분 신청이 나란히 인용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개별 기업의 심사 결과나 절차상 하자가 아닌 시총 기준의 적용 방식과 회복 요건의 적정성 자체가 쟁점이 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문제가 된 상폐 기준은 지난해 1월 발표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서 출발했다.
당시 금융위는 코스피 50억원, 코스닥 40억원이던 시총 상폐 기준을 각각 500억원, 300억원까지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충격을 우려해 단계적 적용을 택했다. 코스피는 2026년 200억원을 시작으로 2028년 500억원까지, 코스닥은 2026년 150억원에서 2028년 300억원까지 순차적으로 높여 제도의 연착륙을 꾀했다. 이에 올해 1월 첫 단계인 코스피 200억원·코스닥 150억원 기준이 적용됐다.
하지만 시행 불과 한 달여 만에 금융당국은 정책의 속도를 높였다.
지난 2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내놓으며 혁신기업의 진입은 늘리고 부실기업은 빠르게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의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초 연 1회로 예정됐던 시총 기준 상향 주기는 반기 단위로 단축됐다. 코스닥은 내년 1월 예정이던 200억원 기준을 올해 7월로 6개월 앞당겼고, 코스피 역시 올해 7월 300억원, 내년 1월 500억원으로 상향 일정을 크게 당겼다.
회복 요건의 문턱도 한층 높아졌다.
종전에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중 시가총액이 기준금액 이상인 날이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이면 상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개정 규정은 90거래일 내 기준금액 이상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하도록 못 박았다. 단기간 주가를 부양해 상폐를 피하는 '꼼수 회피'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단순히 유지 기간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중간에 시총이 기준치를 밑돌더라도 다시 반등해 누적 30거래일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새 규정에서는 45거래일 도중 단 하루라도 기준치를 밑돌면 연속 일수 계산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상장사로서는 상장 유지 요건의 잣대 자체가 한층 엄격해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일시적인 주가 부양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45거래일 연속'이라는 구체적인 기간을 정한 근거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해당 규정은 거래소 규정 개정과 금융위 승인을 거쳐 지난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도 부실기업의 신속 퇴출이라는 정책 목적과 상장사의 예측가능성, 규제의 비례성 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오는 8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다뤄질 수 있다. 시총 기준을 조기에 상향한 배경과 '45거래일 연속'이라는 회복 요건의 산정 근거, 최근 다시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거래소가 상장폐지 가처분에서 패소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개별 기업의 심사 결과가 아닌 상장폐지 기준의 적용 방식 자체가 쟁점이 된 것은 파장이 다르다"며 "제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라고 짚었다.
[촬영 안 철 수]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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