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미국을 중심으로 국채 시장의 강력한 플레이어로 등장한 헤지펀드가 과도한 국채 포지션을 보유할 경우 시장의 스트레스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화폐금융포럼(SUERF) 강연에서 현재 선진국에서 가장 많은 국채를 보유한 헤지펀드와 같은 비은행 금융기관(NBFI)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헤지펀드와 같은 NBFI는 평상시 시장 유동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서도 "일부 NBFI가 단기적이고 시장에 기반한 자금 조달 전략과 높은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것은 유동성 충격에 대한 시스템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국채 시장을 둘러싼) 은행과 국가 간 연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현재의 스트레스는 자금 시장을 통해 국경을 넘어 은행과 NBFI 간에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요국의 재정 우려에 대한 뉴스가 확산하면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포지션과 마진콜 상황 등이 상호 작용하면서 국채 시장의 유동성 고갈로 연결될 수 있고, 결국 주요국의 재정 여력은 장기적인 펀더멘털 상태보다 더 훨씬 일찍 한계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20년 3월 헤지펀드들이 환매 및 마진콜에 대응해 국채를 대거 매도해 미 국채 시장마저 압박받은 경우와 2022년 영국 국채 사태 당시 헤지펀드들이 보인 행태 등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헤지펀드와 같은 국채 보유자들이 대거 현금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에 나서면 스트레스는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헤지펀드와 유사한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유사한 거래 전략을 실행하는 많은 펀드가 동시에 유동성 충격에 직면하면 가격 하락이 동시적인 디레버리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NBFI의 역할 증대는 오랫동안 확립된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공급 체계에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은 대개 예금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된다"면서 "중앙은행은 NBFI에 집중된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 운영에 의존할 수 없고, 자산 매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는 되돌리기 어렵고 가격 책정이 까다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NBFI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들 기관이 잘 규제되고 감독받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은행과 달리 NBFI에 대한 건전성 규제 체계는 미비한 상태다"라고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유사한 위험에 대해 유사한 규제, 유동성 안전장치 및 정리 도구를 적용해 규제 공백을 메우지 않고 중앙은행이 개입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고 규제 차익거래를 조장한다"며 "금융기관 간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매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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