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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늪에 빠진 유럽①] 佛·英 고부채에 獨마저 증가세…유럽 재정 경고음

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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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최근 유럽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주요국의 재정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육박했고 영국도 GDP를 웃도는 부채를 안고 있다. 그간 유럽에서 재정 건전성이 가장 우수한 국가로 꼽혔던 독일도 국방과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재정적자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지고 추가 재정지출에 나설 여력도 줄어든다. 시장의 관심이 각국 정부가 높은 부채와 재정적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쏠리는 이유다.

유럽연합(EU) 재정준칙은 재정적자 GDP 대비 3%, 정부부채 60%를 기본 참조 기준으로 두고 있다. 이 기준을 넘는다고 곧바로 재정위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적자가 장기간 이어지고 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률을 웃돌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 프랑스 부채 118%…올해 적자 5.4%

유럽 주요국 가운데 재정 부담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프랑스다.

6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의 정부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8.4%로 추산됐다. 지난해 116.0%에서 2.4%p 높아졌고, 내년에는 120.5%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유로스타트 집계에서도 올해 1분기 말 프랑스 정부 총부채는 3조5천361억유로로 GDP의 117.6%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로존 평균 88.9%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프랑스의 더 큰 문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정적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 올해 프랑스의 일반정부 재정적자가 GDP의 5.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후 정부는 올해 적자를 5.4%로 예상하고 있다. EU 재정준칙상 기준인 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프랑스는 1974년 이후 한 번도 재정흑자를 내지 못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정부는 내년 적자를 5%로 낮추기 위해 540억유로 규모의 증세와 지출 삭감을 담은 2027년 예산안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와 이자비용 증가가 재정 부담을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5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구성한 전문가그룹은 현 정책이 유지될 경우 재정적자가 2030년 GDP의 6.8%까지 확대되고, 부채 이자비용은 1천24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높은 부채와 재정적자, 정치적 분열을 프랑스의 주요 약점으로 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고, 지난 5월에는 'A+'와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무디스는 2024년 12월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 10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지난 4월에도 'Aa3'와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다음 정기평가는 오는 23일 예정돼 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다음 등급 조정이 이뤄질 경우 등급 상향보다는 하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무디스가 프랑스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무디스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재정긴축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신용도의 주요 하방 위험으로 꼽은데다 지난 2일 보고서에서도 "프랑스가 2027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를 둘러싼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선거 이후에도 정치적 분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재정 건전화가 더 쉬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지난 8월 28일 프랑스의 'A+'와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 영국 부채 GDP 104%…트러스 사태 이후 재정 신뢰도 민감

지난 2022년 재정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한 차례 뒤흔들었던 영국은 여전히 높은 부채와 이자비용이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집권당인 노동당이 절대 다수석을 확보하고 있고, 정부의 재정 규칙도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엄격히 시행되고 있어 다른 국가 대비 공포는 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영국의 일반정부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3.6%로 경제 규모를 웃돈다. 지난해 102.3%에서 상승한 데 이어 내년에는 104.1%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영국 재정에서 특히 부담이 되는 부분은 높은 이자비용 등으로 부채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에 따르면 2025~2026회계연도 정부의 부채 이자지출은 약 1천100억파운드로, 보건과 복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공공지출 항목이다. GDP 대비 이자지출 비중도 코로나19 사태 직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OBR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영국이 당장 재정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부채가 계속 상승하는 경로를 따른다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높은 부채가 이자비용을 늘리고 향후 경기 침체나 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재정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연금 지출과 국방비 확대도 중장기적인 부담으로 꼽힌다.

영국은 재정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질 경우 국채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흔들릴 수 있는지도 이미 경험했다.

2022년 리즈 트러스 정부가 충분한 재원 대책 없이 대규모 감세를 담은 이른바 '미니 예산'을 발표하자 영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후 영국중앙은행(BOE)이 장기 국채 긴급 매입에 나섰고 트러스 총리는 취임 49일 만에 물러났다.

최근 시장에서는 당시 충격이 영국 재정정책에 대한 일종의 경계심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부채와 추가 차입 필요성에 글로벌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과거보다 좁아졌다는 것이다.

다만 파운드화를 자체적으로 발행하고, 깊고 유동적인 자본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영국의 신용도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영국의 집권당인 노동당이 의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확보하고 있고, 무엇보다 앤디 버넘 총리가 '부채와의 싸움'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S&P는 지난 4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AA'와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영국의 큰 경제 규모와 제도적 안정성, 파운드화의 국제적 지위를 강점으로 평가하면서도 올해 일반정부 재정적자가 GDP의 4.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영국에 'AA-'와 '안정적', 무디스는 'Aa3'와 '안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 독일 아직 65%…'재정 우등생'도 빚 늘린다

독일은 세 나라 가운데 재정건전성이 가장 우수하지만, 부채가 꾸준히 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올해 독일의 일반정부 총부채는 GDP의 64.6%로 프랑스와 영국보다 현저히 낮다.

그러나 지난해 62.9%에서 올해 64.6%, 내년 66.5%로 높아진 뒤 2031년에는 73.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 재정 우려의 핵심은 현재의 부채 수준보다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

독일은 오랫동안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차입 제한)'를 기반으로 낮은 부채와 균형재정을 중시해왔지만, 2025년 3월 법 개정을 통해 부채 브레이크의 적용 범위를 완화했다. 특히 국방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재정 운용의 폭을 크게 넓혔다.

정부는 5천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국방 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S&P는 이 같은 재정확대가 올해와 내년 독일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적인 성장 효과에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지난 4월 24일 독일의 'AAA'와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피치도 지난 5월 15일 'AAA·안정적', 무디스는 지난달 18일 'Aaa·안정적'을 재확인했다.

재정 확대가 실제 성장과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앞으로 독일이 최고등급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S&P에서 약 20년간 국가신용등급을 담당했던 모리츠 크레이머 LBBW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독일의 적자와 부채가 늘어나는 가운데 성장세가 계속 부진하다면 신용등급 하향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등급 강등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개혁과 투자가 성장을 되살리지 못하고 경제 전망이 다시 악화할 경우 신평사들이 독일의 'AAA'를 정당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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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kim@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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