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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늪에 빠진 유럽③] 30년물 6% 찍은 영국…"佛보단 낫다" 안도도

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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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주 한때 6%대에 진입했다. 암울한 재정 상황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해지며 약 30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다.

다만, 옆 나라 프랑스보다는 펀더멘털이 양호해 금리 공포가 비교적 덜하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한때 6.07%까지 치솟은 뒤 현재 5.95%에서 거래됐다.

◇ 이란 전쟁發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고공 행진

영국 장기 금리가 치솟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영국은 주요 유럽 국가 중에서도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과 소비자물가로 빠르게 파급되는 편이다. 겨울철을 앞두고 연료 소비가 늘어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금리 인상 관측이 강해지며 채권 매도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필드 유럽 수석 전략가는 "BOE는 특히 에너지 비용 상승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노동당 절대 다수 확보…재정 규칙도 엄격한 편

영국은 주요 7개국 가운데 유로존 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 30년물 금리를 기록했지만, 상당한 정치적 혼란에도 비교적 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NG은행은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스와프 금리 간의 스프레드를 보면, 중앙은행의 기대치(긴축 우려)로 설명할 수 없는 차입 비용 부분이 나타난다"며 "이 지표를 보면 영국은 프랑스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실질적인 재정 긴축을 시행하는 유일한 G7 국가로 꼽힌다.

현재 진행 중인 소득세율 동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 비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영국의 GDP 대비 세수 비율은 34.4%였고, 프랑스의 관련 비율은 43.5%였다.

정치 상황을 보면 영국의 집권당인 노동당은 의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앤디 버넘 총리는 '부채와의 싸움'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주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버넘 총리는 사회복지 제도 개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보건서비스(NHS)와 같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국가 돌봄 서비스' 구상을 제시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2030년부터 현행 국가 연금 지급액 결정 방식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연금 지급액 인상을 보장하던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노인 돌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노동당 정부의 재정 신뢰성에 대한 의제와 함께, 까다롭고 논쟁적인 의제도 기꺼이 재검토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버넘 총리의 연설 당일 영국 국채 금리의 상승세가 쉽게 꺾이진 않았다. 국제 유가와 미국 국채 매도세 등이 영국 금융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대부분의 국가보다 가중평균 국가 부채 만기가 길어 고금리가 이자 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물가연동국채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ING은행은 영국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채권 금리 상승에도 올해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재정 악화를 방지하는 두 가지 요인이 꼽혔는데, 하나는 재정 규칙이다.

부채 이자 부담이 재정 규칙을 위반할 위험이 있을 때 지출 삭감이나 세금 인상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영국 정치권은 4년 전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ING는 "그 누구도 리즈 트러스 전 총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싶어 하지 않으며, 바로 그 때문에 재정 규칙을 크게 손 보려는 움직임이 소극적이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주택담보대출 시장도 재정 규칙을 뒷받침하는 편이다.

영국 주택 소유자들은 보통 2년에서 5년 만기로 고정 금리를 적용받는데,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고정금리 적용을 받는 프랑스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영국 가계는 금리 상승을 훨씬 빠르게 체감하며, 트러스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모기지 금리 상승의 주된 비난을 받았다. 보수당은 2년 뒤 선거에서 그 대가를 치렀다.

◇ 영국 국채, 결국 선진국 공통적인 과제 떠안아

당장은 이달 말 나오는 정부 예산안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가을 예산안에는 비교적 다양한 정책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버리의 엔리케 디아스-알바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예산안이 영국 시장에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라보 자산운용의 알 카터몰 채권 운용역은 "단기적인 국채 시장 전망은 가을 예산안과 밀접하게 연동될 것"이라며 "신뢰할 수 있고 재원이 완벽히 확보된 재정 계획이 제시되면 안도감에 따른 금리 하락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주요 선거 일정은 오는 2029년까지 공식적으로 없다. 이 역시 영국 국채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지만, 과감한 개혁안을 내놓는 버넘 총리가 조기에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도 결국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방, 인구 고령화, 포퓰리즘이라는 동일한 과제에 직면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카터몰 운용역은 "영국 국채 역시 다른 넓은 차원의 거시경제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심각한 경기 둔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지난 2022년 이전에 보았던 초저금리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ING는 "영국 국채 시장의 매수세는 상당 부분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에 달려 있다"며 "10년물 금리가 4.5%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보지만, 하락세가 본격화하는 시점은 내년 중반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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