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유럽에서 재정이 비교적 탄탄한 독일의 국채(분트) 금리마저 17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독일의 정부부채 비율은 유로존 평균을 크게 밑돌지만, 에너지발 물가 충격에 대규모 차입이 겹치면서 유로존 장기금리의 벤치마크인 분트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3.65%까지 올라 2009년 6월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에만 70bp 이상 뛰었고, 이달 들어서도 3.5% 안팎에 머물러 있다.
국제유가 급등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잇달아 금리를 올린 데다 정부의 대규모 차입으로 국채 공급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의 출발점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이었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하순 배럴당 108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잠정치는 3.3%를 기록했고 이중 에너지 가격은 14.9% 높아졌다.
물가가 다시 오르자 ECB는 긴축으로 돌아섰다. ECB는 에너지발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6월 예금금리를 2.25%로 올렸다. 이어 지난달 10일 2.50%로 추가 인상하며 물가 압력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확대도 금리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해 온 프리드리히 메르츠 정부조차 안보 위협을 이유로 부채 제동장치를 고쳐 국방·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렸고, 2027~2030년에만 8천382억 유로(약 1천262조5천억 원)를 추가로 빌릴 계획이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독일 정부부채는 올해 1분기 말 2조9천20억 유로(약 4천371조 원)로 석 달 새 638억 유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64%로 프랑스·이탈리아 등보다는 낮지만 부채 규모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 발행 물량도 사상 최대다. 독일 연방금융청은 올해 국채 발행 규모가 5천255억 유로(약 791조5천억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회복 신호도 금리를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된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의 9월 기업환경지수는 89.9로 전월(88.8)보다 상승했다. 경기가 살아나면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고 성장·물가 기대도 높아져 장기금리에는 상승 요인이 된다.
금융시장은 ECB가 향후 1년간 금리를 네 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유로존 9월 물가상승률 속보치는 3.8%로 시장 전망(3.6%)을 웃돌았고 에너지 물가는 18.8% 뛰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치솟은 에너지 비용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4%에 가까운 수준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가가 더 오르지 않는다면 금리가 지금보다 안정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데이비드 잔 프랭클린템플턴 유럽채권 부문 책임자는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ECB의 지난달 금리 인상이 이번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분트 금리가 3.5%까지 오르면 장기채 비중을 늘릴 기회로 보겠다면서도 단기적인 등락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일 연방하원은 다음 달 27일 2천억 유로가 넘는 차입이 담긴 2027년 예산안을 최종 표결하고, 연방금융청은 오는 12월 내년도 국채발행계획을 내놓는다. 이달 중엔 오는 7일 7년물, 14일 30년물 독일 국채 입찰과 13일 독일 9월 물가 확정치 발표가 예정돼 있다. 29일에는 ECB 통화정책회의가 열린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mjlee@yna.co.kr
이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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