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분야가 고금리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며 연준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미국 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대출 금리와 전력·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제반 비용 상승에도 AI 역량을 확장하려는 기업들의 투자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향후 수개월 동안 많은 정책 입안자들의 기대와 달리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이는 연준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연준은 당초 예상보다 더 강하게 경제를 조여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틴 반 뉴버그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2년까지 AI 칩과 데이터센터, 전력 시스템 구축에 투입될 자금은 10조 달러(약 1경3천5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매년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6%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투자 금액 중 차입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이론상으로는 금리 상승에 반응을 보여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높아진 차입 비용이 AI 열풍을 식히고 있다는 징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앤드루 시츠 모건스탠리 글로벌 채권 리서치 총괄은 "투자를 통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대출 금리가 5.5%든 6%든 차입 비용 50bp(0.5%p) 차이는 의사결정에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기준 기업들의 컴퓨팅 관련 설비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해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칩 자체를 제외한 데이터센터 순수 건설 지출은 2022년 초 이후 5배 이상 폭증했다.
문제는 이러한 AI 투자 광풍이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분기 기업용 컴퓨팅 장비 가격은 전년 대비 11.4% 올랐다.
메모리 칩 가격 인상 여파로 애플(NAS:AAPL)이 맥(Mac)과 아이패드 가격을 인상하는 등 소비자 물가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파급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폭증으로 알루미늄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뛰는 한편, 전기 기사 등 전문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금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8월 기준 전기 시공업체의 평균 시급은 전년 대비 7.1% 상승해 다른 공장이나 주택 건설 비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신문은 "연준이 가진 금리 조절이라는 수단은 특정 산업만 핀셋으로 타격할 수 없는 '무딘 도구'"라며 "금리에 반응하지 않는 AI 산업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할 경우 금리에 민감한 다른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금리 인상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주택 시장이 이미 침체돼 있다는 것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주택 건설 부문 규모는 경제 전체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팬데믹 이전보다 축소된 상태다.
네이선 시츠 시티그룹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6년 전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해 둔 많은 미국인들은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를 꺼리고 있어 주택 거래는 계속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건설 역시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건설 인력들은 데이터센터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티파니 와일딩 핌코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에 민감한 비(非)AI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을 냉각시키려면 주식 시장도 함께 식어야 할 것"이라며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냉각 중인 고용 시장이 급격히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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