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연못 휘저은 연금 부동산투자실
작년에 이어 또 감사…이번엔 결과 투명하게 공개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부동산투자실장에 대한 내부 감사를 마치면서 감사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안팎에서는 물론, 위탁운용사(GP) 등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도 이번 감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감사는 지난 7월 중순 부동산투자실장의 대기발령 조처가 내려진 후 진행됐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 업무를 전담하는 권한을 이용해 부당한 사적 요구를 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일선 업무에서 분리됐다.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투자 과정에 개인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의혹에 대한 국민연금의 판단은 향후 부동산 투자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TV 제공]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출자자(LP)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국민연금은 '연못 속 고래'로 통한다. 올해 4월 말 기준 국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70조 원 이상이다. 전체 대체투자 운용자산(AUM) 가운데 약 30%를 차지한다.
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으면, 단순히 운용 기회를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주요 LP의 위탁 기회를 얻어내는 데에도 중요한 트랙레코드가 된다. 국민연금의 결정 하나하나가 운용업계의 추가 사업 기회가 된다.
이런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연금의 부동산 투자 책임자를 향한 감사 결과를 앞두고 시장의 긴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비위 혐의를 받는 담당자가 국민연금에 입사한 2023년 말 이후 연금은 국내 부동산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지난 2024년과 2025년 블라인드펀드 약정을 통해 국내 운용사에 출자한 금액만 1조8천5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공고된 위탁분을 더하면 총 3조 원을 넘는다.
이는 이전까지 연금의 국내 부동산 위탁 출자 규모가 연간 3천억~5천억 원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수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고래'로 통하는 국민연금의 위상을 고려하면, 국내 부동산 사업을 확대할수록 더욱 엄격한 이해상충 관리와 내부통제가 요구된다. 하지만 반대로 의사결정권자에 의해 사적 이해추구 등 비위 혐의가 제기됐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는 없어야 한다. 더군다나 투자가 커지는 가운데 사적인 기준이 투자 의사결정에 개입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출처:ChatGPT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감사가 재감사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에도 해당 실장을 둘러싼 갑질 의혹이 제기되면서 감사가 진행됐지만, 당시에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미 한 차례 감사가 이뤄졌던 만큼 이번에는 무엇보다 의혹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요구된다.
내부적으로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단순히 해당 직원의 징계나 거취를 결정하는 식으로 마무리해선 안 된다. 어떤 의혹을 대상으로 어떻게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시장 참가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두 번째 재감사만으로 이번 의혹을 매듭짓긴 어려워 보인다.
내부 감사의 특성상 개인용 PC나 휴대폰, 메신저 등을 통한 행위까지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적인 이해추구 활동이 업무 외적인 공간과 수단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객관적인 외부 기관의 판단을 받는 방안도 마땅히 열어둬야 한다.
이미 지난해에 이어 두 차례 감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의혹이 또다시 해소되지 않는다면 개별 직원의 문제를 넘어 국민연금 전체의 평판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큰손'이자 국내 최대 LP의 부동산 투자 업무가 두 달 넘게 공전하고 있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번 부동산투자실장 감사는 국민연금이 '연못'을 넘어 글로벌 연기금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고, 국내외 투자활동의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반복적으로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감사 결과와 판단 근거를 시장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 국민의 노후자산을 맡은 국민연금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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