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금융회사 직원의 착오로 잘못 해지된 예탁금을 금융회사가 반환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전날 금융회사 직원의 착오로 고객 명의 예탁금 계좌가 아닌 고객의 아들 명의 계좌를 해지·지급한 경우, 변제 효력을 부정하고 금융회사에 아들에 대한 반환채무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신청인 A는 지난 2024년 9월 금융회사 지점에 내방해 직원에게 본인과 아들, 딸의 명의로 복리식정기예탁금 계좌 개설을 요청했다.
직원은 가족관계 확인서류 등을 징구하지 않은 채 계좌를 개설했고, 총 4개 계좌를 인자·합철해 1개의 예탁금 통장을 발급해줬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같은해 11월 신청인 A에게 전화해 대검찰청 검사 등을 사칭하며 예탁금 인출을 지시했고, 신청인 A는 지점에 내방해 주택구입 목적이라고 설명하며 본인의 예탁금 계좌 해지 및 수표 발행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착오로 아들 명의 예탁금 계좌를 해지했고, 해지된 예탁금 5천만원을 신청인 A의 수시입출금식 예탁금계좌로 송금했다. 해당 계좌의 기존 잔고 4천500만원과 합산해 액면 9천500만원 수표 1매를 발행해줬다.
신청인 A는 귀가 후 아들 계좌가 해지된 사실을 인지했고, 직원과 협의하에 다시 내방 후 오류해지 정정 및 기존계좌 복구 등을 하기로 했으나 보이스피싱 사기범 말을 믿고 직원에게 정정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다시 연락했다.
이에 직원은 신청인 A의 아들이 직접 해지서류를 작성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거래신청서에 기재된 신청인 A의 서명 위에 아들 성명으로 덧기재했다.
신청인 A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액면 9천500만원짜리 수표를 전달했고,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또 한번 속아 본인 명의의 예탁금 계좌도 해지한 후 5천만원을 추가로 전달했다.
이후 사기범과 연락이 닿지 않자 보름 뒤 경찰서에 보이스피싱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금감원에는 직원의 과실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애 확대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분조위는 이 사건 예탁금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됐는지, 진정한 거래 당사자가 누구인지 살폈고, 직원이 신청인 A에게 예탁금을 지급한 행위가 적법한 변제에 해당하는 지 여부 등을 검토했다.
분조위는 해당 예탁금 계약이 아들 명의로 유효하게 성립됐고, 직원이 해지된 예탁금을 신청인 A에게 지급한 행위는 거래당사자에게 반환한 것이 아니므로 아들은 여전히 예탁금 반환청구권을 보유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아들이 반환청구권을 보유한 상황에서 직원이 해지된 예탁금을 신청인 A에게 지급한 행위는 변제로서 유효하지 않으므로, 직원이 아들에게 예탁원금 및 약정만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분조위는 직원이 신청인 A의 아들에게 예탁금을 지급할 경우 신청인 A에게 부당이익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도 검토했다.
해지된 예탁금을 사실상 지배한 사람은 신청인 A가 아닌 보이스피싱 사기범이기 때문에 직원에 대한 부당이익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이번 결정으로 금융회사가 가족 명의 예탁금의 개설·해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할 경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내규 위반 등) 여부 등에 따라 민사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금융회사가 예탁금 등 계좌개설 시 금융실명확인 및 중도해지 시 해지의사·본인(대리인) 확인과 관련해 제반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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