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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사는데 삼전닉스는 판다…외국인의 'AI 차별화'

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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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열풍에도 국내 반도체 외국인 매도 집중…美기술주와 수급 엇갈려

메모리 호황 지속성·설비투자 부담 재평가…실적보다 내년 이후 전망 주목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100조 돌파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반도체 투자 공식은 달라지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AI 관련 기업들이 상승세를 주도하는 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AI 산업에 속해 있어도 반도체 설계와 플랫폼을 장악한 미국 기업과 메모리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 기업에 서로 다른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셈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1조5천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 매도 흐름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코스피는 1.98% 하락한 6,803.90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약 2조6천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면서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라는 동일한 재료를 놓고 한국과 미국 증시의 수급이 엇갈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AI 산업의 성장성 둔화보다는 AI 밸류체인 내부의 투자 선호 변화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AI 반도체 산업은 크게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 반도체(ASIC),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메모리 등으로 나뉜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미국 기업들은 AI 연산 시스템의 설계와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담당한다.

양쪽 모두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지만 투자자가 평가하는 이익의 성격은 다르다.

핵심 설계 기술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보유한 기업은 높은 시장 지배력과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장기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AI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공급능력 증가와 가격 변동에 따른 실적 등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평가된다.

특히 최근 메모리 업황의 급격한 개선이 향후 공급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중장기 투자자들이 살펴보는 변수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설비를 확대하지만 실제 공급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동안에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지만, 생산능력이 본격적으로 확충된 이후에는 수급 균형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높은 이익 수준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가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도 이 같은 고민을 보여준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로 107조4천억원을 발표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이미 높아진 실적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는지, 향후 이익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될 여력이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벌었느냐뿐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벌 수 있느냐"라며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더라도 시장이 이를 업황의 정점으로 판단한다면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약화도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을 설명하는 변수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반도체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미국 기술주나 채권 등 다른 자산보다 충분히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차익실현에 나설 유인이 커진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 역시 달러 기반 투자자의 한국 주식 보유 부담을 키울 수 있어서다.

다만 최근 외국인 매도만으로 AI 메모리 산업의 성장성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HBM은 범용 메모리와 달리 높은 기술적 진입장벽과 고객사별 인증 절차를 요구한다. 선도업체의 기술 경쟁력이 수익성 방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 AI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확대되는 동안 한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능력과 제품 경쟁력이 함께 강화된다면 글로벌 자금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향후 주가 흐름은 외국인 매도 규모 자체보다 메모리 가격과 HBM 공급계약, 주요 고객사의 설비투자 계획, 기업별 이익 전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믿음과 한국 반도체 주식의 투자 매력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이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AI 산업 전체를 매수하던 단계에서 수익성과 현금흐름, 공급 경쟁력을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지 주목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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