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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구의 프리킥스] 위험을 부담하는 비용의 형평성

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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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예금자보호한도가 기존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보호의 우산이 넓어진 만큼 금융회사가 짊어져야 할 예금보험료율 손질이 뒤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따지는 순간 고개가 갸웃해진다.

예금보험공사의 연구용역에서 제시된 시뮬레이션 결과는 업계의 현실과 적잖은 괴리를 보인다. 은행권의 적정 요율이 현행 0.08%에서 0.13%로 오르는 사이, 생명보험은 0.15%에서 0.40%, 손해보험은 0.50%까지 치솟는 방안이 거론됐다. 단숨에 3배 안팎의 부담을 더 짊어지라는 요구다.

보험업계의 반발을 단순히 밥그릇 지키기나 "돈을 더 내기 싫다"는 볼멘소리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예금과 보험이라는 근본적으로 다른 위험 구조를 무시한 채, 획일적인 계량 모형으로 손실 위험을 도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예금과 보험 계약은 출발부터 다르다. 은행이 부실화하면 예금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이 예금자보호의 핵심이다. 반면 보험은 수십 년에 걸쳐 위험을 보장하는 장기계약이다. 보험사가 부실화하더라도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해 보장을 이어가는 방식의 정리가 가능하다.

또한, 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두 배 높아진 것이 실제 보험계약자에게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보호 효과를 가져왔는지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존 5천만원 한도를 넘어 새롭게 보호받게 된 보험계약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에 따라 예금보험기금의 잠재적 부담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확인한 뒤 보험업권의 적정 부담을 계산하는 것이 순서에 가깝다.

게다가 보험사는 이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라는 강도 높은 건전성 안전판을 통해 자본을 켜켜이 쌓고 있다. 강화된 규제 아래 손실 흡수력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예보료율까지 가파르게 올리는 것은, 동일한 부실 위험에 대한 '비용의 이중 청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2027년 말 종료를 앞둔 특별기여금 문제까지 얽혀 있다.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25년간 짊어져 온 짐을 벗게 되면 은행권의 전체 명목 부담은 현재보다 낮아질 수 있지만, 보험업권은 오히려 커지게 된다. 과거 위기 수습을 위한 특별기여금과 미래 부실에 대비하는 예보료는 성격이 다르지만, 특별기여금 일몰로 생기는 숨통을 마치 새로운 요율 인상을 감당할 '여력'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예금자 보호 강화 방향성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그러나 명분이 정당하다고 해서 서로 다른 위험에 똑같은 기계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은행의 1억원과 보험의 1억원은 결코 같은 위험이 아니다. 위험의 무게가 다르다면, 비용을 나누는 공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금융부 이윤구 기자)

보험업계 먹구름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yglee2@yna.co.kr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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