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원점 재검토" 이어 "연내 신청하지 말라"
회원국 전부 동의받아야 하는 CPTPP, 시간 갈수록 가입 난도 높아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를 시작한지 한달여 만에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면서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또다시 CPTPP 가입 추진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로 가입하는 CPTPP 특성상 가입이 늦어지는 동안 회원국이 늘어나면 협상 난도도 높아질 수 있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CPTPP 가입을 연내 신청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청와대는 지난 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오는 11월 열리는 CPTPP 장관회의에서 한국의 가입이 논의되려면 이달 중순까지 관보에 공청회 개최 계획을 공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제기됐다. 이에 이 대통령이 올해에는 신청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정부와 농어민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결론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9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9.9 door@yna.co.kr
◇ 文 때는 정부 의결 후 무산…직접 가로막은 李
한국의 CPTPP 가입 논의는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해묵은 과제다. 앞서 2013년, 2021년 등 정부가 가입을 논의한 바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문재인 정부다. 당시 정부는 2021년 가입 추진 방침을 공식화 한 뒤, 공청회를 거쳐 2022년 4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추진계획을 공식 의결했다. 당시 정부는 국회 보고 등 국내 절차를 마치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해, 실제 가입 협상은 차기 정부에서 진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절차가 지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시 여야 갈등으로 국회 일정이 파행을 겪은 데다 농어민 단체들의 반발도 거세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점도 부담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국회 보고를 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이후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가입 논의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선 정부 의결을 거치기도 전에 대통령이 직접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8월 말 가입 추진 논의를 공식화한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상황만 두고 보면 문재인 정부 때보다도 일찍 물러선 셈이다.
◇ 늦어질수록 회원국 늘고 협상 까다로워진다
문제는 가입 신청이 늦어지는 사이 CPTPP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갈수록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CPTPP는 신규 회원국의 가입을 기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구조다. 한국이 공식 가입을 신청하더라도 회원국 간 합의를 거쳐 가입 협상을 개시하고, 개별 회원국과 일일이 시장 개방 조건 등을 협의하는 절차 등을 밟아야 한다.
지난 2022년 한국이 가입을 추진할 당시 11개국이었던 회원국은 2024년 영국이 합류하면서 12개국으로 늘었다.
올해 5월에는 코스타리카의 가입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고, 우루과이의 가입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가입을 위한 회원국들과의 예비 협의 단계에 있고, 2021년 가입을 신청한 중국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신규 회원국이 추가될수록 한국이 가입 과정에서 동의를 얻어야 할 상대도 늘어나는 셈이다. 가입 신청이 지연될수록 향후 협상에서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 관련 업계와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했던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앞으로도 소통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관계 부처가 CPTPP 가입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CPTPP 발효 10년 후 한국의 실질 GDP는 협정을 가입하지 않았을 때의 실질 GDP보다 0.38%P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15년간 연평균 제조업 기반 생산 파급효과가 6조3천억~6조7천억원 증가하는 반면, 농업 생산은 연평균 7천1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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