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은 토큰화가 확산하면 투자자들의 해외자산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IMF의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부국장은 11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진행한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토큰화된 형태로 해외자산을 직접 거래하기 쉬워진다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 토큰화, 외환시장과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 줄까
그는 "현재 투자자들은 자국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 즉 자국 편향(home bias)이 상당히 강하다"며 "이론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마찰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큰화가 충분히 확산하면 이러한 마찰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며 "이에 따라 자국 편향도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시장 하루 거래 규모가 약 7조달러로 큰 점을 고려하면 토큰화 자체가 외환시장 변동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함께 참여한 카이우 폰세카 페헤이라 IMF 금융감독·규제국 부국장도 의견을 더했다.
그는 "토큰화는 해외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자산에 투자하기도 쉽게 만들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규제받는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페헤이라 부국장은 "따라서 정부가 자본 흐름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한다면 자본이동 관리 조치(capital flow measures)를 여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큰화가 상당히 진행돼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준다면 통화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밤바키디스 부국장은 이러한 질문에 "통화정책 당국도 이러한 변동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토큰화에 따른 자금 흐름으로 환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움직이는 오버슈팅이 발생한다면, 통화정책 기조를 판단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일부 신흥국에서는 달러화(dollarization)가 확대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특히 경제의 기초여건이 취약한 국가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밤바키디스 부국장은 "이는 토큰화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디지털 화폐 전반의 확산과 관련된 문제다"며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확산하면서 자국 경제가 달러화 대체 위험에 노출된다면, 통화정책 측면에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는 오히려 경제의 기초여건을 탄탄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며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동료들이 언급했듯이 전반적인 정책 체계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단기적인 자본이동 관리 조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밤바키디스 부국장은 다만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아직 이론적인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토큰화 시장의 규모가 외환시장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작다고 평가했다.
◇ 헤지펀드 레버리지 우려 속 토큰화…IMF "유동성 수요 늘 수도"
여러 자산 중 토큰화가 레포시장에서 가장 많이 진행된 이유는 무엇이고, 위험은 어떠할까.
페헤이라 부국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른 자산보다 토큰화 거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사설 네트워크(private network)를 구축했다"며 "이러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고객들은 글로벌 금융 부문에서 발생하는 유동성 문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큰화는 담보 관리(collateral management)의 효율성을 크게 높여 준다"며 "사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토큰화된 레포 거래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장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토큰화가 레포시장의 유동성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토큰화가 유동성 수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페헤이라 부국장은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가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원자적 결제가 가능해지면 장중 레포(intraday repo)를 활용해 필요한 시간에 맞춰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원자적 결제가 이뤄지고 특정 결제 배치(batch)에 구애받지 않는 장중 거래가 가능해지면 거래 간 차액결제(netting)의 이점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거래를 총액 기준으로 결제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 시장 참여자들이 확보해야 하는 유동성도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페헤이라 부국장은 "일부 시장 참여자에게는 이러한 차액결제 기회의 상실이 유동성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거래를 차액 기준이 아니라 총액 기준(gross basis)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미 헤지펀드가 상당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레포시장에서 토큰화까지 확대되면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페헤이라 부국장은 이러한 질문에 "우리는 분명히 이러한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토큰화 규모를 고려할 때 중요한 위험이라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토큰화 규모가 커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일례로 토큰화를 통해 담보 관리가 개선되면 금융기관 전반에서 레버리지를 추가로 확대할 수 있고, 이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고 말했다.
밤바키디스 부국장도 거들었다. 그는 "토큰화는 모든 것을 더 빠르게 만든다"며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헤지펀드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큰화는 헤지펀드가 자금을 이동하고 포지션을 조정하는 일을 더욱 쉽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이 때문에 보고서에서 제시한 핵심 정책 권고 중 하나가 기술이 아니라 경제적 기능과 구체적인 위험을 기준으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그래야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밤바키디스 부국장은 "헤지펀드는 새로운 금융기법과 시장의 한계를 앞서 개척하는 경향이 있어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거래 행태에서 토큰화에 따른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토큰화된 결제 인프라에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경우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과 정책당국의 대응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페헤이라 부국장은 "우선 어떤 인프라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소수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공업체의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들 자체가 핵심 인프라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동일한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며 "여러 기관이 사용하는 특정 소프트웨어에 장애가 발생하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따라서 어떤 지점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연결고리인지, 해당 지점에서 발생한 문제가 어떤 경로를 통해 금융시스템으로 전파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핵심 서비스 제공업체의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데 정책적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금융권에 사이버공격이 벌어진 것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토큰화가 사이버 공격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인터뷰에 참여한 곤살로 페르난데스 디오니스 IMF 선임 금융 부문 전문가는 "블록체인 기술은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에서는 여러 노드가 거래 내역을 공유 원장에 기록하기 때문에 특정 노드 하나가 공격받더라도 나머지 노드에 거래 원장과 기록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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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roh3@yna.co.kr
노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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