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AI 투자에 회사채 수십조 쏟아진다…월가가 먼저 따지는 '돈값'

26.10.12.
읽는시간 0분

주식은 성장 기대, 채권은 상환능력 주목…신용위험이 AI 랠리 새 변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100조 돌파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무게중심이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대규모 자금조달 수요를 발생시키면서 월가의 관심도 성장성에서 차입비용과 상환능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간 AI 투자의 핵심이 반도체 확보 능력이었다면, 이제는 그 반도체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어떤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AI 반도체 관련 사업을 위해 500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역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구매를 위해 약 4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스페이스X가 검토하는 조달 구조는 회사채 발행 300억달러와 은행 대출 100억달러로 알려졌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이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핌코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두 기업이 추진하는 자금조달 규모만 합쳐도 90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대규모 조달 움직임은 AI 투자 경쟁이 기업 내부의 현금흐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뜻한다.

초기 AI 투자 경쟁에서는 엔비디아의 GPU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인프라 확충, 냉각설비 구축, 네트워크 장비 구매까지 투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금조달 자체가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AI 반도체는 구매 시점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지만 이를 활용한 서비스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설비투자가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먼저 기업의 재무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다른 기준으로 AI 투자를 평가한다.

주식 투자자는 AI 서비스 시장이 확대될 경우 기업이 창출할 미래 이익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반면 회사채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 못지않게 원금과 이자를 약속된 시점에 상환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주식시장에서 AI 투자가 공격적일수록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같은 투자가 차입 증가와 신용위험 확대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대규모 차입 계획이 알려진 이후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지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94bp까지 상승했다. 지난 6월 110bp 수준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높아진 것이다.

CDS 프리미엄은 채무불이행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지급하는 비용이다.

이 수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시장이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을 이전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스페이스X의 차입 확대에 대한 우려가 채권 가격과 신용위험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물론 차입 증가 자체가 곧 재무건전성 악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조달한 자금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고, 이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면 부채를 활용한 성장 전략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문제는 AI 산업의 성장 속도와 투자 회수 속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시차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발행한 회사채에는 정해진 이자 지급 일정이 존재하지만, AI 서비스의 수익성은 시장 경쟁과 이용 수요, 가격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I 모델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연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지만, 실제 서비스 이용료와 기업 고객의 지출이 투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기존 투자비 회수 이전에 추가 차입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업별 재무구조와 자금조달 조건에 따라 AI 산업 내부의 투자 성과가 차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향후 미국 국채금리 상승도 부담이다.

회사채 금리는 일반적으로 만기가 비슷한 국채금리에 발행기업의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따라서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AI 기업의 신용 스프레드까지 확대된다면 자금조달 비용은 이중으로 상승할 수 있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한꺼번에 쏠린 것 역시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우량 기술기업이라도 동시에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이를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AI 투자 확대가 채권시장의 공급 부담을 높이고, 다시 높아진 차입비용이 AI 투자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경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이다.

미국 기술기업들이 차입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투자를 지속하면 국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뒷받침될 수 있다.

반대로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주요 고객사들이 설비투자 일정을 조정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반도체 업황을 판단할 때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발표 규모뿐 아니라 실제 자금조달 조건과 현금흐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8년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약 1조5천억달러의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감당해야 할 자금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시사한다"며 "AI 투자 열풍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그 기술을 구매하고 운영하는 기업들의 재무적 지속 가능성도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이 AI 산업의 미래 매출을 선반영하고 있다면 채권시장은 그 미래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AI 투자 경쟁의 다음 승부처는 기술력뿐 아니라 자본비용과 현금흐름 관리 능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won@yna.co.kr

https://naver.me/FXnNgExR

정원

정원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