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기획예산처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계획중인 '미래대응기금'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임이자 정책위의장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8 hkmpooh@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적립과 국채 발행을 병행하는 근거로 노르웨이 사례를 제시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고금리 차입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량의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대규모 국채 공급을 유지할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재원 적립과 성장을 위한 투자를 추진하면서도 초과세수 일부로 공급과 이자 부담을 줄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1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채를 발행하면서 미래대응기금에 여유자금을 적립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노르웨이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박 장관은 "노르웨이도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며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채 발행량 변동이 너무 크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발행량을 평탄하게 유지하는 게 노르웨이의 공식적인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국채 발행 규모도 코로나19 대응과 대규모 세수결손을 거쳐 200조원대로 확대됐다며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채 발행 규모가 커진 경위와 발행량 조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세수를 투자에 활용하는 동시에 향후 세입 변동에 대비한 재정적 완충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기획처는 지난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OECD 측이 노르웨이와 아일랜드의 재정수입 적립·활용 제도를 미래대응기금과 유사한 사례로 소개했다고 전했다. 재정수입 일부를 적립해 장기적인 재정수요와 미래세대에 활용한다는 취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기금의 재원과 활용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은 정부의 석유 부문 순수입을 적립해 해외 금융자산 등에 투자한다. 기금에서 정부 예산으로 가져오는 금액은 장기적으로 기금 자산의 기대 실질수익률인 연 3%에 맞추는 재정준칙에 따라 운용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기금의 실질가치를 보전하면서 석유수입의 단기 변동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구조다. 경기 상황에 따라 지출을 조정할 수 있어 매년 기금 자산의 3%를 넘지 못하는 고정 한도는 아니다.
한국의 미래대응기금은 추가세수를 활용해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사업에 직접 재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내년 162조3천억원을 재원으로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45조4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금융자산 운용을 통해 미래 재원을 확보하는 노르웨이와 비교하면 전략적 재정지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노르웨이 역시 국부펀드 운용과 국내 국채 발행을 병행한다.
노르웨이 재무부에 따르면 석유 부문을 제외한 재정적자는 국부펀드에서 돈을 가져와 충당한다. 부채 상환과 정부기관에 대한 순대출, 지분투자 등 자본거래에 필요한 돈은 차입이나 정부의 현금보유액으로 조달한다. 국채 관리에는 효율적인 금융시장 유지라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국채 발행량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예측 가능성과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박 장관이 언급한 비용이 발행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에 관한 문제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발행 축소가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하더라도 이후 일관성 없이 물량을 다시 늘리면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필요한 국채 공급이 시장 유동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 축소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확실한 가이드를 주고 그 틀에서 크게 변동 없이 가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며 발행 계획을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발행 안정성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공급과 차입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세수가 부족한 해에 국채를 집중적으로 발행하기보다 여유자금을 적립해 향후 세수 부족에 활용하자는 취지로 박 장관의 발언을 해석했다.
다만 국가 자원에서 나오는 수입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법인세 등 추가세수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은 운용 기간과 규모, 개념에서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봤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외적인 위기에 대응해 재정을 확대하는 것과 이후에도 확대된 추세가 이어지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발행 규모 자체가 시장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4%대 금리로 차입을 이어가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국채 발행을 더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예상 밖의 세수 증가분을 적립해 향후 위기에 대비하거나 미래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투자에 활용하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얘기와 병행해서 그간 늘려둔 빚을 줄이려는 노력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 발행 축소를 주장하는 것이 현재 연간 200조원대인 발행 규모를 단번에 절반으로 줄이자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부 재원을 미래에 대비해 남겨두더라도 부채 부담을 낮추는 데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에는 초과세수 일부를 국채 공급 축소에 활용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10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5조원 줄였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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