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IBK기업은행이 국외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의 의심거래 탐지 기준을 재조정한다.
해외 송금과 무역금융, 환거래 등 국외 거래에서 자금세탁과 금융제재 위반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의심거래를 걸러내는 시나리오의 임계치를 다시 손봐 해외 영업 관련 내부통제의 정밀도를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국외 AML 시스템의 의심거래 탐지 시나리오와 임계치를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작업은 국외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금세탁과 제재 위반 위험을 실제 거래 패턴에 맞춰 포착할 수 있도록 탐지 기준을 다시 손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ML 시스템은 고객 거래 가운데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조달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선별하기 위해 일정한 탐지 기준과 시나리오를 적용한다.
예컨대 특정 국가와의 반복 송금, 통상적인 규모를 벗어난 자금 이동, 거래 목적과 맞지 않는 입출금 패턴 등이 시스템상 기준에 걸리면 은행은 해당 거래를 들여다보고 의심거래보고(STR) 필요성을 판단한다.
문제는 탐지 기준을 어느 수준으로 설정하느냐다.
임계치가 지나치게 낮으면 정상거래까지 과도하게 걸러져 현업과 준법감시 부서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임계치가 높으면 실제 의심거래를 놓칠 수 있다.
은행들이 AML 시스템을 구축한 뒤에도 탐지 시나리오와 임계치를 주기적으로 손보는 이유다.
고객군과 거래 유형, 국가별 위험도, 제재 환경이 달라지면 기존 기준만으로는 실제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특히 국외 AML은 국내 거래보다 관리 변수가 많다.
해외점포와 국외 거래는 국가별 규제 차이, 국제 금융제재, 환거래은행 관리, 무역금융 거래, 해외 송금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국내에서는 정상적인 기업금융 거래로 보이더라도 거래 상대방이나 경유 국가, 자금 흐름에 따라 제재 또는 자금세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거래를 많이 걸러내는 것보다 실제 위험 거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포착하느냐가 중요하다.
탐지 기준이 지나치게 넓으면 정상거래까지 대거 걸러내고, 반대로 느슨하면 실제 위험거래를 놓칠 수 있어서다.
기업은행은 국외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기존 탐지 기준이 과도하거나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실제 위험에 맞게 시나리오 민감도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AML 시스템의 임계치 조정이 단순한 전산 작업을 넘어 내부통제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함께 좌우하는 작업으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은행권이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AML과 제재 준수 역량이 주요 내부통제 과제로 부상한 점도 이번 작업의 의미를 키운다.
국내 은행들은 성장성이 제한된 국내 시장을 넘어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해 왔다.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금융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 기업 지원과 국외 네트워크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해외 영업 확대는 수익 기회와 함께 내부통제 부담도 키운다. 해외점포에서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미흡하거나 제재 위반 문제가 발생하면 과징금은 물론 평판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제재 체계가 복잡해지고 국가 간 자금 이동이 빨라지면서 은행의 모니터링 체계가 실제 거래 환경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당국은 은행의 해외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AML 미비를 엄격하게 보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내부통제와 금융사고 예방 체계를 주요 감독 과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동안 내부통제가 횡령이나 불완전판매 등 국내 영업 행위 중심으로 논의됐다면, 해외사업과 디지털 거래 확대에 따라 AML과 제재 준수 영역으로 관리 범위가 넓어지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AML 시스템은 한 번 구축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래 환경 변화에 맞춰 계속 조정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특히 해외 거래는 제재와 자금세탁 리스크가 함께 걸려 있어 임계치 관리가 은행의 내부통제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 제공]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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