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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지의 숫자 너머] '1천조'짜리 녹색대전환 청구서

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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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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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림항 풍력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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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대규모 투자의 시대로 다시 접어들고 있다. 첨단산업 성장과 데이터센터 확충, 산업·수송 부문의 전기화 진전으로 국내 전력 소비량은 지난해 566.1TWh(테라와트시)에서 2038년 735.1TWh로 급증할 전망이다.최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잠정 전망에서는 2040년에 847.3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0GW로 늘리고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며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상당수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국내 은행들의 석탄 관련 금융 지원은 2022년 8억3천만달러에서 2025년 17억5천만달러로 오히려 늘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필요한 투자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발전소를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송·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계통 유연성 자원 및 디지털 인프라 등 전력 시스템 전반에 걸친 동시다발적 투자가 요구된다. 이처럼 투자 규모가 커지고 위험 구조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거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정부와 한전 등 공기업 중심의 전통적 투자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한다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을 발표하고 향후 10년간 재정 200조원을 포함해 1천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산업, 경제, 사회 구조 전반을 친환경·탈탄소 체질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국가적 전환 전략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을 뒤따르던 추격자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가 직접 판을 짜는 녹색시장의 설계자·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 감축이 곧 수출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선제적인 녹색 전환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녹색 전환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정부는 자금 조달을 위해 2028년부터 녹색국채를 발행할 계획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와 세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녹색국채가 만능 해법은 될 수 없다. 녹색국채는 다른 채권보다 환경 수요가 높아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우리나라의 의지도 분명히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한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

정부와 공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덜고 에너지 전환을 성공시키려면 민간 자금의 적극적인 참여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수익과 위험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자금조달 가능성(Bankability)'이 확보돼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비용기반 시장인 데다 전국 단일가격 체계라 시간대·지역별 수급 여건에 따른 전력의 실제 경제적 가치를 도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한다. 전기요금도 규제를 받아 발전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정당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전력 인프라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회수 기간이 긴데도 발전사업자의 미래 수입 변동성을 완화할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차액정산계약(CfD) 등 장기계약 수단도 미비하다.

정권이나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탄소 감축 정책이 흔들리는 점과 국가 에너지 정책의 최상위 종합계획 역할을 하던 에너지기본계획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 점도 장기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금융연구원은 전력 가치를 반영하는 시장가격 체계로 개편하고 장기계약을 표준화하는 한편 일관된 정책 신호를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후전환채권(CTB) 등 자본시장을 다변화하고 투명한 감축 로드맵도 만들어야 한다. 연구원은 은행 대출을 넘어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장기 자본이 전력 인프라에 유입될 수 있는 자본시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팀장)

hjlee2@yna.co.kr

이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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