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하나은행이 연간 금융채(은행채) 발행한도를 설정한 지 두 달 만에 절반 이상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기발행 은행채 만기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정기예금 만기 도래 등에 힘입어 경쟁적으로 은행채 발행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8월 1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총 5조3천1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찍었다.
8월에 1조2천200억원, 9월 2조1천500억원, 10월 들어 1조9천400억원 등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6월 말 이사회 등을 거쳐 올해 8월부터 내년 7월까지 10조원 규모의 은행채 발행을 결정하고 금융당국에 일괄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를 고려하면 1년 치로 계획한 물량의 절반 이상을 두 달 만에 찍은 셈이다.
하나은행은 이날 7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한다. 해당 물량을 더하면 8월 이후 발행액이 6조1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최근 은행채 발행에 속도를 내는 건 하나은행뿐만이 아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기존 한도를 조기에 소진하고 새로운 발행 계획을 당국에 신고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 기존 한도(11조원)를 꽉 채우고 연말까지 약 3개월 동안 6조원 규모를 추가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당초 올해 말까지 11조원 규모로 찍을 예정이었으나 종료 시점을 3개월이나 앞당겼다. 특히 올해 9개월 동안 발행한 물량의 절반 이상(6조원)을 남은 3개월 동안 추가로 찍겠다고 밝혀 4분기에도 상당한 발행을 예고했다.
신한은행 역시 오는 13일부터 내년 10월 12일까지 향후 1년간 16조원 규모의 은행채를 찍겠다고 당국에 신고했다. 신한은행의 기존 한도(16조원)는 지난달 28일 전부 소진됐다. 당초 예정했던 날(11월6일)보다 한 달여 일찍이다.
우리은행도 9월 한 달에만 2조1천400억원 규모로 찍는 등 빠르게 한도를 소진해가고 있다. 이날 6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완료하면 연말까지 계획한 12조원 중 1조7천800억원이 남는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들이 3분기에 발행을 크게 늘린 건 은행채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발행에 더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정기예금 만기 도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이들이 올해 벌어들인 자금의 일부를 은행에 정기예금 형태로 예치해뒀는데, 그중 상당량의 만기가 9월 말 전후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만기 자금이 재예치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일제히 은행채를 찍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경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하락 등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4분기에도 은행들이 발행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0월 약 19조2천억원, 11월 26조5천억원, 12월 23조원 등 기발행한 은행채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공격적인 자금 조달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만큼 속도 조절에 들어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금융시장 상황점검 회의에서 "특정 시기 발행 집중으로 인해 채권시장 수급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4분기 은행채·여전채 등의 발행규모 및 만기구조를 사전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은행채 11월 만기도래액이 약 26조5천억원으로 연중 가장 많고, 12월에도 약 23조원의 만기가 남아 있어 4분기에도 차환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9월에 분기 말 대응 물량이 집중됐던 점을 고려하면 10월 공급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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