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시장에서 금리는 돈의 가격이자 위험의 대가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위험 프리미엄이 붙고, 신뢰가 쌓이면 조달 비용이 낮아진다. 대통령의 말도 다르지 않다. 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하면 시장의 불안을 덜어주지만, 해석의 여지를 남기면 그 불확실성마저 가격에 반영된다.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남긴 몇 줄의 문장에도 보이지 않는 금리가 붙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엑스가 부쩍 분주하다. 부동산 대출과 주택 공급, 세제까지 경제정책의 주요 현안에 직접 답한다. 국민이 올린 게시글을 공유하며 정책을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겠다고 약속한다. 청와대 브리핑이나 관계 부처의 공식 발표보다 대통령의 게시글이 먼저 정책 신호로 읽히는 요즘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언어로 말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관료들이 정제한 보고서만으로는 정책의 사각지대가 보이지 않아서다. 복잡한 행정 절차에 막힌 국민에게 대통령의 대답 한마디는 오랜 민원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
문제는 경제 정책에서 대통령의 말이 단순한 의견으로만 소비되지 않는 데 있다. 대통령의 게시글은 금융당국에는 정책 방향이 되고, 은행에는 업무의 기준이 되며, 시장에는 자산가격을 움직일 변수가 된다.
최근 한 시민이 부동산 대출규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정부를 믿고 분양받은 서민들이 뒤늦게 강화된 대출규제로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글을 공유하며 "대출약정하고 이미 분양받은 경우에는 당초 약정대로 대출이 가능하게 지시하였는데, 현장에서 시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직접 답변은 금융당국과 은행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대출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실행되지 않는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기존 대출약정의 효력, 은행의 여신심사 등 여러 기준이 맞물린다. 예외 적용 대상과 범위가 불분명하면 같은 계약을 두고도 은행마다 다른 답변이 나올 수도 있다.
그 불확실성의 비용은 결국 대출자에게 돌아간다. 잔금 마련을 위해 더 비싼 자금을 구하거나, 계약 이행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쳐야 한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국민의 금융비용을 낮추려면 게시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식 지침과 일관된 현장 적용으로 이어져야 한다.
주택 공급을 둘러싼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주택공급이 정상화됩니다"라고 했지만, 인허가와 실제 입주 물량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곧바로 착공하는 것은 아니며, 착공했다고 예정대로 준공되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에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사업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조만간'이라고 말하면 시장은 그 시점을 계산한다. 공급 정상화라는 메시지에 구체적인 물량과 일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세제는 더욱 민감하다. 이 대통령은 '형평성을 위한 조세정상화'에 관심을 가져 달라지만 보유세인지 거래세인지, 구체적인 제도 개편인지 원칙적인 방향 제시인지에 따라 시장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세금은 미래의 세 부담에 대한 예측을 통해 오늘의 자산가격과 거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기 전부터 대통령의 단어 하나를 놓고 시장이 여러 가능성을 계산하는 이유다.
경제학에서 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은 중요한 자산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고 말했는지만큼이나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앞으로도 같은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를 따진다. 정책 신호가 자주 바뀌거나 설명이 모호해지면 그만큼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잦은 SNS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직접 소통은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고 정책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속도와 함께 정확성도 함께 가야만 한다. 대통령이 답한 대출 민원은 금융당국의 지침으로, 주택 공급 약속은 착공과 준공 실적으로, 세제에 관한 언급은 명확한 정책 방향으로 확인돼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정책을 직접 설명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방향을 제시했다면 담당 부처는 기준과 절차를 분명히 하고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의 게시글에 부처가 뒤늦게 해석을 덧붙이고, 시장이 다시 그 해석을 해석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소통의 속도만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단 한마디로도 커질 수 있다.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말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야 한다. 금리가 붙은 대통령의 말에, 이자를 치르는 사람은 국민이다. (경제부 정치팀 차장)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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