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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의 성공 요인으로 박정희 정부의 청렴성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간 주도 경제로의 전환을 꼽았다.
이 전 총재는 1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계기로 열린 '아시아의 미래 설계(Shaping the Future of Asia)' 보고서 발간 행사에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IMF에서 근무하며 많은 개발도상국을 방문했는데, 이들 국가도 과거 한국과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왜 한국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많은 실패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청렴성과 부패 정도가 양호했다"며 "특히 고위 공직자와 정치지도층에서 그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도약하기 시작한 1960~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장기 집권과 다른 정치적 문제들로 비판받지만, 그와 가족의 청렴성은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며 "이러한 신뢰가 다른 경제개발 정책이 작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 전 총재는 "많은 국가에서는 해외 원조가 사적 부의 축적에 사용됐지만, 한국에서는 반부패에 대한 강조 덕분에 경제개발에 투입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은 부유층의 불법적인 해외 자본 유출을 매우 심각한 범죄로 간주하고 엄격하게 처벌했다"며 "이는 대기업이 벌어들인 자금을 국내 투자로 순환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도 "소상공인 등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다"며 "이는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고 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 전 총재는 IMF가 회원국과의 연례협의에서 거버넌스 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1997년 외환위기를 한국 경제의 성장모델을 전환한 역사적 계기로 평가했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위기는 태국에서 시작된 위기의 전염 효과도 있었지만, 정부 주도 정책의 부작용이 누적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위기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이를 구조개혁의 기회로 활용했다"며 "국민들이 정부는 전능하지 않으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은 강해졌고, 금융시스템은 정부 통제에서 벗어났으며 중앙은행은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총재는 "위기는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정부 주도 경제에서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며 현재 한국 경제가 누리고 있는 반도체 초호황과 첨단기술 산업의 경쟁력도 이러한 경제체제 전환의 수혜라고 짚었다.
그는 "이렇게 말을 하면 사람들이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외환위기는 경제의 전환 과정에서 일종의 '숨겨진 축복(hidden blessing)'이었다"고 덧붙였다.
jhpark6@yna.co.kr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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