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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지분 20%의 함정…자사주 제외하면 대기업 내부거래 달라지나

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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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DB손보 등 계열사까지 영향권…재계, 내부거래 관리 부담 확대 촉각

정무위 국감, 답변하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2 scoop@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자기주식(자사주)을 활용한 사익편취 규제 회피를 차단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인데 자사주를 지분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만으로 규제 대상이 달라지고 그 영향이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어서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이어 공정거래법상 지분율 산정 방식까지 개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에서도 기존 내부거래 구조와 지배구조 관리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수 지분 0.4%P 차이로 규제 갈려…LS·DB손보 계열사까지 영향권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사익편취 규제 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주 위원장은 "현재 자사주가 사익편취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루빨리 이런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을 없애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향후 입법 논의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논란의 핵심은 총수일가 지분율 20%라는 규제 기준선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회사와 해당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분율 산정 기준이 되는 발행주식총수에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도 포함된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계산되는 구조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사주를 제외하고 지분율을 계산할 경우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기존 1천47개사에서 1천72개사로 25개사 늘어난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으로 높아지는 회사가 4곳이고, 이들 회사의 자회사가 13곳이다. 기존 규제 대상 회사의 지분율이 50%를 초과하게 되는 자회사도 8곳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장사인 LS와 DB손해보험이다.

두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현행 방식으로 각각 19.6%다. 규제 기준인 20%에 불과 0.4%포인트 못 미친다.

하지만 자사주를 제외하면 LS는 22.4%, DB손보는 21.1%로 지분율이 높아진다.

총수일가의 실질적인 주식 보유 규모에는 변화가 없지만 지분율 계산 방식이 달라지는 것만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는 셈이다.

파급 효과는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LS가 규제 대상에 편입되면 LS전선과 LS엠트론 등을 포함해 8개사가, DB손보 역시 DB생명과 DB캐피탈 등을 포함한 8개사가 규제 영향권에 들어간다.

특정 회사의 지분율 산정 방식 변경이 그룹 전체의 내부거래 관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부품·물류·금융거래까지 재점검 가능성…재계, 규제 확대 촉각

시장에서는 규제 대상 편입 이후 기업들이 기존 계열사 간 거래 구조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원자재와 부품 공급부터 물류, 정보기술(IT) 서비스, 부동산 임대차, 자금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그룹 내 부품 제조사가 다른 계열사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물류 계열사가 그룹 전체의 운송 업무를 맡는 방식이다. 금융계열사 사이에서도 자금 대여나 금융상품 거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거래는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지만 거래 조건에 따라서는 특정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총수일가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거나 합리적인 검토 없이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집중하는 경우 사익편취 규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새롭게 편입되는 기업들은 계열사 간 거래 규모뿐 아니라 거래가격의 적정성, 거래 상대방 선정 과정, 계약 조건 등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기존에 정상적으로 진행해 온 내부거래라도 규제 적용 대상이 달라지는 만큼 부당한 이익 제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맞춰 거래 구조를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편입된다고 모든 내부거래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법 위반 여부는 개별 거래의 내용과 조건, 부당한 이익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공정거래법 개정의 관계도 변수다.

지난 3월 개정된 상법에 따라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를 실제 소각하면 발행주식총수가 감소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공정거래법 개정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더라도 지분율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제도가 동일한 지분율 상승 효과를 중복해서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자사주 소각 시점과 공정거래법 개정 시점에 따라 개별 기업의 규제 편입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재계 입장에선 자사주 보유·소각 계획과 함께 계열사 지분 구조, 내부거래 관리체계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높거나 그룹 내에서 부품 공급과 물류, 자금 조달 등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기업일수록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공정위가 추진하는 법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 시점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온 공정위가 법 개정과 별도로 유권해석을 통한 제도 개선 가능성도 검토하겠다는 것 역시 변수다.

자사주를 지분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법률 개정을 통해 명문화될지, 기존 법령의 해석을 통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시점과 범위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논의는 자사주를 얼마나 보유하고 소각할 것인가를 넘어 대기업집단의 지배력과 내부거래를 어떤 기준으로 규율할 것인 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라며 "총수일가 지분율 20%라는 경계선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재계의 관심도 자사주 소각 이후 지분율 변화와 계열사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영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본시장 내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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