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647억 청구소송 4년여 만에 마무리
IIG 기준가 중단 뒤 임의 산정…법원, 공동불법행위 책임 인정
판결금은 지난해 이미 지급 완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사태로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준 우리은행이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신한투자증권이 부담해야 할 배상액은 우리은행이 투자자들에게 반환한 금액의 70%인 453억여원과 지연손해금이다. 해당 판결금은 지난해 이미 지급이 완료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일 우리은행과 신한투자증권 간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신한투자증권이 라임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우리은행에 453억여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확정됐다. 2022년 우리은행이 소송을 제기한 지 4년여 만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우리은행과 미래에셋증권 관련 1심 판결 직후 두 사건의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으로 총 632억500만원을 납부했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이번에 확정된 우리은행 배상액 역시 해당 금액에 포함돼 이미 지급이 완료됐다고 확인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신한투자증권의 전신인 신한투자증권이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주요 투자처에서 부실이 발생한 뒤 펀드 기준가격 산정 등에 관여한 데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신한투자증권은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최대 200%의 레버리지를 제공한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상대방이었다. 동시에 펀드의 기초자산인 미국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등의 기준가격을 산정해 라임에 통보하는 계산대리인 역할도 맡았다.
문제가 된 것은 IIG 펀드의 부실이 드러난 이후다.
IIG 펀드의 사무수탁회사는 2018년 5월께 기초자산이 부실화하자 기준가격 제공을 중단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IIG 펀드 운용사로부터 환매 중단 통보도 이뤄졌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 PBS사업본부는 이후에도 라임과 협의해 과거 3개월 공식 수익률 평균치 등을 토대로 IIG 펀드의 기준가격을 임의로 산정해 라임운용에 계속 제공했다.
라임운용은 이 가격을 사무수탁사 시스템에 반영해 펀드의 공식 기준가격을 산출하고, IIG 펀드 등에서 정상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기재한 펀드 제안서를 우리은행에 제공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토대로 2019년 3~4월 해당 펀드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유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2020년 검사 결과 라임과 신한투자증권이 2018년 6월 IIG 펀드가 기준가격을 산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같은 해 11월까지 기준가격이 매월 0.45%씩 상승한 것으로 임의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당시 라임과 신한투자증권이 무역금융펀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펀드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것처럼 오인하게 해 판매를 이어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20년 6월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계약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투자원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우리은행은 이를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총 647억4천752만8천157원을 반환했다. 이후 2022년 1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반환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우리은행은 신한투자증권이 IIG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기준가격을 임의로 산정해 라임에 제공한 행위가 라임의 허위 기준가격 산출을 돕는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에 맞서 자신들이 산정한 IIG 펀드 기준가격은 TRS를 통한 레버리지 제공에 필요한 담보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우리은행의 투자금 반환을 손해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됐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우리은행에 투자금을 반환해야 할 법적 의무가 명확하지 않았는데도 금감원의 조정 결정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만큼, 투자금 반환으로 발생한 손해와 자신들의 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라임자산운용과 신한투자증권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의 책임을 우리은행이 입은 손해의 70%로 제한해 453억2천326만9천709원과 지연손해금을 라임과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투자자들의 착오 여부나 우리은행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법률상 명확하지 않은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우리은행이 투자금을 반환해 입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겼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모두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8-3부는 지난 5월 29일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은 우리은행의 투자금 반환이 신한투자증권 등의 불법행위로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컸던 투자자 소송 등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앞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라임에 대한 배상 판결은 지난해 3월 이미 확정됐다. 이번에 대법원이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면서 신한투자증권의 배상 책임도 최종 확정됐다.
관련 형사재판에서도 신한투자증권 전 PBS본부장의 라임 펀드 부실 은폐와 판매 행위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임모 전 신한투자증권 PBS본부장은 해외 펀드의 부실을 알리지 않고 480억원 규모의 펀드를 판매하고, 부실 펀드와 수익이 나던 펀드를 결합해 손실을 정상 펀드에 전가한 혐의 등으로 2021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을 확정받았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준 다른 판매사들도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도 2022년 소송을 제기해 올해 2월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이들 금융회사가 제기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청구 규모가 가장 컸던 우리은행 사건이 먼저 최종 결론을 맞게 됐다.
[촬영 안 철 수] 2024.9.15. 여의도 TP타워 사학연금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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