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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미의 돈터치] 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 모두가 감당하는 금리

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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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에 답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2 [공동취재]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반도체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우리 경제의 GDP갭이 플러스라고 판단하십니까?"

12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현송 한은 총재에게 던진 질문이다.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다른 산업에도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를 물은 것이다.

신 총재는 GDP갭을 재추계하고 있어 현 단계에서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다른 의원의 질의에서는 경제 전체의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임계치에 가까워졌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께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GDP갭은 실제 생산이 잠재생산 수준을 얼마나 웃돌거나 밑도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플러스 갭은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수출과 투자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소비 회복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와 금융 불균형 우려까지 고려해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모든 산업과 계층의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관련 산업의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는 동안 내수와 건설 등 다른 부문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

김 의원은 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률에 맞춰 금리를 결정하면 나머지 산업에는 과도한 긴축이 될 가능성을 물었다. 신 총재는 중앙은행이 경제 전체의 총량을 보고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이 시차를 두고 다른 부문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총량을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은 타당하다. 한은은 반도체 산업과 건설업에 서로 다른 기준금리를 적용할 수 없다. 경제 전체의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 하나의 금리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총량에 근거한 정책의 부담까지 모두에게 동일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호황을 누리는 기업은 이익 증가로 높은 금리를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회복세가 미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매출이 충분히 늘기도 전에 금융비용 증가에 직면할 수 있다.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지방의 건설과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같은 문제다.

이날 국감에서 거론된 국제결제은행(BIS)이 2022년 발표한 '불평등의 이력현상(Inequality Hysteresis)' 연구는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기침체 이후 소득 불평등이 회복기에도 쉽게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침체기의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은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 뒤에도 오래 남을 수 있다.

물론 성장의 불균형이 금리 인상의 불필요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체의 명목소득과 수요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면 한은으로서는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물가 상승을 방치하면 저소득층에 더 큰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

신 총재도 이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과 이미 벌어진 소득 격차를 좁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통화긴축의 부담 역시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다. 금융자산이 많은 가계는 이자소득 증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변동금리 대출을 안고 있는 취약차주는 가처분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과 소득 충격도 취약계층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성장의 과실과 긴축의 비용이 서로 다른 곳에 집중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적절한 조합이 중요해진다.

국감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정부가 확장재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정책 엇박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두 정책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으로 물가 압력을 억제하되, 긴축의 부담이 집중되는 중소기업과 취약차주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선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긴축의 효과를 무력화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 조합이다.

물론 재정지출이 총수요를 자극해 긴축 효과를 일부 상쇄할 가능성은 있다. 지원 대상과 규모,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신 총재는 이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성장률을 0.5%포인트(p), 물가상승률을 0.06%p 높일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재정의 성장 기여에 비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총량 효과가 개별 계층에 대한 지원의 적절성까지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김 의원은 금리 인상의 효과와 비용을 한은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 총재도 소득계층별 이자소득과 이자지출의 순효과 등 관련 자료가 있다고 답했다. 긴축의 부담이 어디에 집중되는지 알아야 정부도 지원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금리라는 하나의 수단으로 경제 전체의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산업과 계층마다 다른 회복 여건까지 조정하기는 어렵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률을 보고 금리를 결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금리의 부담을 모두가 같은 무게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통화정책이 할 수 없는 일을 재정정책이 어떻게 메워줄 것인지, 이제는 그 답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때다. (경제부 시장팀장)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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