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 속 "기업별 온도 차"…사전 헤지·고선가 물량이 방어 변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약 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달러로 선박을 수주하는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이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지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달러 대금의 원화 가치가 줄어드는 부담도 생긴다. 선박 수주부터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조선사들은 선물환 매도로 환율을 미리 확정해 이러한 위험에 대응해왔다.
13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날 1,331.20원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새로 썼다. 이는 지난 2024년 10월 2일 저점(1,317.10원) 이후 최저치다.
지난 9월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일 대외 불안이 일부 진정된 가운데, 네고 물량이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를 압도할 만큼 출회돼 환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네고 물량이 기계적으로 많이 출회되고 있다"며 "이 외에도 통화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달러 선물 매도세를 '역외 달러 약세 베팅' 움직임으로 본다면, 이 역시 환율 하락에 속도를 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수출 호조와 별개로 환율 하락은 기업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같은 달러 대금이라도 원화 환산 금액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에 기업 전반에서 환헤지 여부에 따른 온도 차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환율 레벨에서 선물환 매도를 많이 걸어놨다면 현재 달러-원 하락에도 큰 걱정이 없겠지만, 환헤지 시점을 놓친 업체는 환율이 크게 빠지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에서도 환헤지 전략과 환율 노출도에 따른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보다 41.9% 증가한 3천379억원으로 추정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 하락은 있었지만, 100% 환헤지 전략으로 인해 이론상 환율 영향은 없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계약금액의 순노출분을 70~75%가량 환헤지하고 있지만, 환율 하락 폭이 커 실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봤다. 조업일수 감소도 실적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이와 달리 HD현대중공업의 이익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성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지난 8월 이후 원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익 개선 속도는 다소 둔화되겠으나, 성장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선가가 낮았던 과거 수주분을 고선가 물량이 점진적으로 대체하고, 엔진기계 부문도 강한 전방 수요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환헤지를 확대한 효과가 주목된다.
지난 6월 환헤지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기로 한 뒤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선 만큼, 실제 헤지 확대 규모에 따라 환율 하락의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한화오션의 실적 전망에 상대적으로 높은 환율 노출도에 따른 수익성 우려를 일부 반영했다.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기존 노출분에 대한 신규 헤지 규모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오션의 3분기 상선 영업이익률을 전 분기보다 낮은 19.7%로 추정했다.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함께 평균환율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효과 600억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선가 수주분의 매출 반영이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백주호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컨테이너선의 높은 수익성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매출 비중 감소에 따른 영향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봤다.
그는 "2025년 고선가 수주분 인식 확대가 환율 및 조업일수 감소 영향을 일부 방어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 제공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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