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때리고 금융위는 깎고 서로 불만
반복되는 갈등에…이찬진 "개선 필요" 언급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유수진 기자 = 금융회사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 간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단 지적이 누적된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관련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
금감원이 최초 부과한 과징금과 이후 금융위원회가 감경 조치한 과징금 간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의 핵심인데, 온도 차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량권이 금감원에 필요하다는 게 이 원장 주장의 골자다.
13일 금융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7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 참석해 특정 안건을 논의하던 중 "금감원이 과징금을 세게 산정해 올리고 금융위에서 많이 깎이는 일이 거듭되고 있는데, 이러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수위 조절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금융사에 대한 과징금 최종 부과와 감경 결정은 금융위의 고유 권한이다.
금감원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과징금을 산정해 금융위에 보고하면, 금융위가 최종 액수를 정하는 식이다.
이때 금융위는 금융사의 사정과 법리 등을 참작해 감면 사유가 있다고 보면 금액을 깎아줄 수 있다. 감경 비율을 얼만큼으로 할 건지도 금융위 재량에 해당한다.
반면 금감원은 원안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자체 판단으로 과징금을 덜어낼 수 없다. 금융위가 특별히 인정하는 경우에만 추가 감액 사유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대폭 감경이 예상되는 사안은 검찰의 구형 격인 금감원 원안에도 재량권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의견이다. 금융위 단계에서 예상되는 감경을 금감원 제재안에도 미리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는 회의에서 "금감원은 법상 재량권이 없다 보니 과징금을 낮춰서 올릴 수 없다"면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또 거액의 과징금을 산정하는 금감원은 악역으로 비치고, 이를 대폭 감액하는 금융위는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 당국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올릴 때도 조절해서 올리고, 깎을 때도 조절해서 깎자'는 얘기다.
과징금 수위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번번이 이견을 보여온 사안이다. 올해만 해도 거액 과징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두 기관 간 마찰이 여러 차례 표면화했다.
금감원은 정해진 산식에 따라 매긴 과징금 규모를 금융위가 과도하게 깎아 금융사를 '봐준다'고 보고, 금융위는 금감원이 참작 없이 기계적으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보는 등 서로를 향한 불만이 누적됐단 게 당국 관계자들 설명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제재가 대표적이다.
당초 금감원이 최초로 산정한 은행권 과징금은 총 4조원가량이었다. 이후 논의를 거쳐 절반인 약 2조원으로 감경해 지난해 11월 은행권에 사전 통보했다. 올 2월에는 추가로 깎아 과징금 1조4천억원의 제재안을 마련한 뒤 금융위로 공을 넘겼다.
최종 의사결정 주체인 금융위는 지난 5월 직접 감액 대신 금감원 반려를 결정했다. 금융위가 제재안을 보완하라며 금감원 단계로 되돌리는 건 이례적이다. 2018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다루면서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한 사례 정도가 손에 꼽힌다.
금융사들과의 행정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한 전력이 있는 만큼 제재의 법적 근거를 보강하기 위한 조치였다. 금감원으로선 제재심까지 거친 판단을 다시 손봐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사실상 감액 결론을 먼저 내고 그에 맞춰 위반 행위를 재평가해야 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감액 책임을 서로 미루는 사이 제재 확정은 늦어지고 있다. 당국이 2024년 3월 홍콩 ELS 판매사 11곳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한 지 2년 7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은 아직이다.
동양생명에 대한 신용정보법 위반 제재도 두 기관 간 이견을 확인한 사례다.
금감원은 고객 동의 없이 자회사 보험대리점(GA)에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1천400억원대 과징금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정보 제공의 법적 성격과 위반 정도를 다시 따져 최종 과징금을 70억원대로 확정했다. 같은 위반 사안을 두고 과징금 판단이 20배 격차로 벌어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제재안을 금융위가 심의하는 과정에서 견제 기능은 필요하지만, 과징금이 원안보다 대폭 줄어드는 사례가 반복되면 제재 기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두 기관의 판단 차이가 크고 최종 결정까지 늦어지면 금융사는 제재 수위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만 판단하도록 한 감경 사유를 금감원 단계에서도 반영할 수 있게 하면 된다"며 "금융위가 최종 심의에서 감경의 적정성을 다시 따질 수 있는 만큼 견제 기능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sjyoo@yna.co.kr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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