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I 생성 이미지,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세종청사 6동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의 창문은 늦은 밤에도 쉽게 어두워지지 않는다.
주택정책과 A 사무관의 최근 한 달 초과근무 시간은 100시간 안팎을 찍었다.
주 5일 근무, 한 달 4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매일 5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한 셈이다.
살인적인 업무량에 더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탓에, 현재 주택실은 국토부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기피 부서로 꼽힌다.
밤낮과 주말을 반납하며 일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을 받아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윤덕 전 국토부 장관은 과거 한 행사에서 "국토부는 주택만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도로·철도·항공 등 방대한 국토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토부의 방대한 업무 스펙트럼을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과 달리 민심의 눈과 귀는 언제나 주택실의 입에 쏠려 있다.
내 집 마련의 꿈, 치솟는 주거비 부담이야말로 국민의 삶을 가장 직접적으로 흔드는 뇌관인 탓이다.
실제로 주택실 공무원들이 잠을 줄여가며 쏟아낸 결과물은 쉼 없이 쏟아졌다.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9·7 대책에 이어 신규택지 10만호를 포함해 수도권에 23만호 플러스 알파를 공급하겠다는 8·13 대책까지 정부는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신규 택지 등을 발굴해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 건축 규제 완화와 금융·세제 패키지 지원 등에 힘입어 공급의 선행지표인 서울 지역 누적 인허가는 지난 8월 기준 3만9천940호로 전년 동기 대비 40.4% 증가했다.
8월만 두고 보면 서울의 인허가는 1만1천306호로 전년 동월 대비 604.4% 증가했다.
문제는 이토록 불 꺼지지 않는 야근의 성과가 정작 시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임대차 시장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세운 실거주 원칙과 규제의 여파는 고스란히 전세 시장으로 번졌다.
입주 물량 부족과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겹치며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해 2월부터 이달까지 무려 87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의 올해 누계 상승률은 8.18%에 달하며 경기(5.63%), 인천(4.05%)도 가파르게 올랐다.
이러한 수도권 전반의 오름세 속에서 수도권 누계 상승률은 6.17%로 전년 누계(0.90%) 대비 5.27%포인트(p) 뛰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해 연초 대비 35.6% 감소했다. 가을 이사철이 지났음을 감안해도 충분히 큰 수치다.
수도권 전셋값 급등의 배경에는 지난 2022년 이후 착공 물량이 줄어들며 시차를 두고 준공 물량이 급감한 공급 절벽의 영향도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건설원자재 가격 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홍지선 국토부 장관이 내놓은 진단은 시장에 적잖은 허탈감을 안겼다.
홍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전세사기 여파가 겹치면서 전세가 사라지는 것은 메가트렌드"라고 언급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주거 선택 흐름을 짚은 원론적 설명일지라도, 전세매물이 없는 상황 속에서 끝으로 내몰리는 세입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으니 감내하라'는 방관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홍 장관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86주 연속 상승한 것과 관련된 질의에 강남3 구의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다른 지역도 상승 폭이 줄어드는 등 연말까지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숫자로 드러나는 매매 시장의 숨 고르기가 서민 체감 경기의 안정을 뜻하진 않는다.
강남 3구 아파트를 사고파는 이들보다, 전세 매물을 찾아 발을 동동 구르는 임차인의 저변이 훨씬 넓고 절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버릇처럼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안정'을 약속해왔다면, 고가 아파트 몇 곳의 가격 하락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당장 임대차 시장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에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반등한 공급 선행지표가 착공으로, 그리고 입주 가능한 준공까지 순조롭게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주택 공급의 시차를 감안할 때 최소 수년 뒤에나 입주로 실현될 이 물량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민의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 과연 실질적인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주택실의 불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 노고가 헛되지 않으려면, 먼 미래의 준공 통계에 기댄 기다림을 넘어 당장의 임대차 불안을 잠재울 정교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산업부 한이임 기자)
yyhan@yna.co.kr
한이임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