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통한 반등 기대 무산…AI 투자 지속성에 의문"
"외국인 매물 받아낼 국내 매수 여력 약화…누적된 악재 표출"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2∼3%대로 하락하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전 9시 1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85.78포인트(2.91%) 내린 6,198.46이다. 이후 하락률이 4%대까지 확대됐다. 2026.10.13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코스피가 약 두 달 만에 6,000선을 밑돌고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면서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급락이 새로운 악재보다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과 수급 부담이 누적된 끝에 한꺼번에 표출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닌 만큼 추세적인 하락으로 보지는 않았다.
이 센터장은 1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무언가 악재가 터졌다기보다는 누적됐던 것들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이 겉으로는 잘 버티는 것처럼 보여도 반도체 기업들은 계속 약세 흐름을 보였다"며 "국내 증시는 실적 발표 등을 통해 반등을 기대했는데 그것마저 무산되면서 매물이 다시 쌓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기업들의 현재 실적보다 내년 이후 성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점에 주목했다.
금리와 자금 조달 여건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계속 확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조달 환경에서 계속 투자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할 만한 성장을 증명해야 하는데 오픈AI 매출 수치를 둘러싼 논란 등이 나오면서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직접적으로 연동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 실적보다 앞으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아직 내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받지 못하다 보니 시장이 실망 매물로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비중이 높은 코스피가 이러한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최근 급락을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 소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중국 영향이 있다고 보기에는 기여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며 "오픈AI 논란의 여진과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본질적인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낼 국내 매수 여력이 약해진 점도 낙폭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미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데다 기관과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금도 추가 매수 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센터장은 "개인의 신규 자금 유입이 잘 안 되고 기존 자금은 이미 들어와 있으며, 기관이나 국민연금 같은 장기성 자금도 여력이 많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외국인 수급에 대한 연동성이 예전보다 커졌고, 그 공백이 생기니 시장이 더 쉽게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을 때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야 하는데 최근에는 그런 흐름이 없다"며 "내부 수급으로 버텨왔지만 지금은 그것도 어려워지면서 낙폭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적 호조만으로 투자심리를 되돌리기 어려워진 상황도 짚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은 환율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큰데, 이런 부담을 이겨낸 반도체 기업들조차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3분기에는 LG전자나 APR 등도 환율 영향을 받았다"며 "반도체는 이를 극복할 정도로 실적이 좋았는데도 반등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과 같은 급락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지만, 업황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논란은 있지만 반도체 사이클 자체가 크게 바뀐 것은 없다고 판단한다"며 "발목을 잡고 있는 금리 등의 변수도 단기적으로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수급 공백으로 나타난 하락일 가능성이 높다"며 "추세적인 하락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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