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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이 주목한 '미래 기대'…기업들은 왜 환전을 미뤘나

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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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에 수출업체는 "더 오를라"…급락에 수입업체는 "더 내릴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달러를 들고 있어도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을 기다리며 팔지 않고, 환율이 급락해도 추가 하락 기대에 달러를 매수하지 않는 현상.

서울외환시장에서 나타난 기업들의 관망세는 의사결정에 현재 가격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상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버트 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마이클 우드퍼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연구는 '미래를 예상하며 행동하는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을 거시경제 분석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홀 교수는 미래 소득과 경제 여건에 대한 기대를 고려해 현재 소비를 결정하는 가계의 행동을 분석했다. 미래 예상에 따라 오늘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문제의식은 기업들의 환전 시점을 돌아보는 데 참고할 만하다.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현재 소비에 반영되는 미래 기대

13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경제학상 설명자료에 따르면 홀 교수는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에 합리적 기대이론을 접목해 지난 1978년 논문에서 '소비의 랜덤워크 가설'을 발전시켰다.

항상소득가설은 가계가 현재 소득뿐 아니라 앞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까지 고려해 소비를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소득이 일시적으로 변할 때마다 소비를 같은 폭으로 조정하기보다 저축·차입 등을 통해 소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홀 교수는 여기에 합리적 기대를 적용해 이미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앞으로의 소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함의를 도출했다.

사람들이 예상 가능한 변화를 현재 소비에 미리 반영한다면, 소비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정보가 된다는 의미다.

같은 금액의 소득 증가라도 일시적인 보너스로 받아들이는지, 앞으로도 지속될 변화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소비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의 소득 변화만으로 소비 반응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달러 들어와도 안 팔고…환율 내려도 안 사고

외환시장에서도 '수출대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와 '실제 달러 매도 물량이 얼마나 나왔는지'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언제 원화로 환전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어서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서울환시에서는 추가 상승을 예상한 일부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연합인포맥스 취재에 따르면 고환율 국면에서 기업 내부에서도 환전 시점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렸다. 실무자가 달러 매도를 검토하더라도 경영진이 환율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면 결정을 미루는 사례가 있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해 12월 12일 송고한 '"더 오를 것 같은데 왜 팔아"…경영진 입김에 난감한 기업 FX실무자들' 기사 참조)

수출 실적이 좋아도 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보류하기로 결정하면 스팟 시장에서 체감하는 달러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환율 급락 국면에서는 수입업체들이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달러 매수를 늦추는 모습이 관찰됐다.

지난 7월에는 환율 하락을 기다려온 일부 수입업체가 결제 물량을 확보하다가, 하락세가 이어지자 추가 하락을 기다리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연합인포맥스가 올해 7월 30일 송고한 '"더 내려갈라" 달러 매수 미루는 수입업체들…환율 하락 부추기나' 기사 참조)

달러 매도 우위에 이어 결제 수요까지 미뤄질 경우,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힘은 더 약해질 수 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래 기대가 좌우하는 환전 시점…예측 빗나갈 때도

다만, 기업들이 예상한 환율 레벨이 늘 실제 움직임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달러-원의 추가 상승이나 하락을 기다리다가 결과적으로 유리한 거래 시점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9월 초에는 앞서 1,400∼1,500원대에서 달러를 확보한 수입업체들이 1,330원대까지 급히 내린 환율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9월 중순께 환율이 1,380원대로 반등하자, 시장에서는 당시 달러 매수 시점을 둘러싼 판단을 되돌아보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달러 매수를 미뤄온 수입업체가 저점 부근에서 매수 시점을 문의한 사례를 전했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딱 저점에 문의가 온 것이었다"며 "막상 저점일 때 수입은 잠잠했다"고 말했다. 환율이 충분히 하락했음에도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관망세에 달러 매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달러-원은 지난 7월 1일 고점(1,559.20원)에서 9월 장중 1,340원선 아래로 하락했다. 이후 잠시 방향을 탐색한 달러-원은 전일 1,331.20원에 연저점을 새로 썼다.

기업들의 거래 시점은 환율 전망뿐 아니라 결제 기한과 자금 사정에도 영향을 받는다.

추가 하락을 기다리는 수입업체도 결제가 임박하면 달러를 사야 하고, 상승을 예상하는 수출업체도 원화 자금이 당장 필요하면 환전에 나서야 한다.

홀 교수의 연구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 소비에 반영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기업의 환전 결정은 다른 영역이지만, 현재 여건뿐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기업 실적이나 달러 유입 규모만으로 수급을 설명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어떠한 레벨을 예상하며 언제 환전을 결정하는지까지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jykim2@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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