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확정되면서 금융정책 컨트롤타워와 금융 현장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금융시장 대응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위는 내년 하반기 세종으로 옮기지만 금융감독원과 주요 금융회사, 금융협회, 자본시장 인프라는 대부분 서울에 남게 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나 대형 금융사고 때 신속한 상황 공유와 의사결정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현실적 과제로 남는다.
금융위 이전으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와의 정책 조율은 쉬워질 수 있지만, 금융정책의 집행과 현장 대응은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서울과 세종으로 나뉘는 당국·시장 간 소통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13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에 따르면 금융위는 내년 하반기 세종지역 민간 임차공간을 활용해 이전한다. 금융위 소속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금융산업, 자본시장, 가계부채, 금융소비자 보호 등 국내 금융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이다.
정부는 이번 이전 대상을 정하면서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중앙부처는 모두 세종으로 이전하되 직접 대민서비스를 담당하는 소속기관은 제외했다는 원칙을 밝혔다. 금융위 이전도 세종 중심 국정운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중앙부처 재배치의 일환인 셈이다.
금융위의 세종 이전은 세종 중심 국정운영 체계가 금융정책 영역까지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
세종에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주요 경제·행정 부처가 자리 잡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시장 안정, 기업 구조조정, 정책금융, 주택공급 금융지원 등 금융위 업무 상당수가 거시경제·재정·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부처 간 협업은 강화될 수 있다.
문제는 금융위가 세종으로 옮겨도 금융정책의 상대방은 대부분 서울에 남는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서울 여의도에 있고, 은행·보험·증권 등 주요 금융회사 본점과 금융협회도 대부분 서울에 있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도 서울 업무 비중이 크다.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전하더라도 시장 점검 회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금융협회 협의, 국회 정무위원회 대응 등 서울 일정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와 금융시장, 업계 접점이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금융위 이전 이후에도 고위직의 서울 일정과 실무진의 출장 부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이나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융위와 금감원, 금융회사 간 신속한 상황 공유와 의사결정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시장 불안 때마다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이른바 'F4 회의'가 수시로 열려왔지만 문제는 회의 개최 자체보다 후속 대응의 공간이 갈라진다는 점이다.
경제부처는 세종에 있지만 한국은행과 금감원, 금융회사와 시장 인프라는 서울에 집중돼 있어 금융위가 세종으로 옮긴 뒤에도 시장 점검과 감독정책 협의, 금융회사 조율을 서울·세종 간에 어떻게 연결할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총괄하고, 금감원은 검사·감독 집행을 맡는다.
두 기관 간 협의가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금융위만 세종으로 이동하면 정책 결정과 감독 집행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 이전이 올해 연말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간 금융권 노조와 일부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과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반대해 왔다.
금융회사와 시장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당국과 공공기관이 흩어지면 금융안정 대응력이 떨어지고 업무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내부의 인력 이탈 우려도 변수다.
세종 이전이 현실화하면 주거와 자녀 교육, 배우자 직장 문제 등으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부처 이동이나 이직 고민이 커질 수 있다.
정책 전문성이 중요한 금융위 업무 특성상 인력 유출이 이어질 경우 조직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전 공무원과 가족의 정착을 위해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즉시 이주가 어려운 공무원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교통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위 업무 특성상 정착 지원만으로 서울 출장과 대면 협의 수요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경제부처와의 정책 협의는 가까워지겠지만 금융회사와 시장 인프라, 감독 집행기관과는 거리가 생긴다"며 "금융시장 대응에 공백이 없도록 서울과 세종 간 업무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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