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프리미엄 발행해 국내 할인 우선주 사들이는 구상
현대차엔 남은 자사주 매입 재원 우선주 배정·보호장치 권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글로벌 투자 컨퍼런스에서 국내 증시 '밸류업' 국면에서 우선주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통주와 사실상 동일한 경제적 권리를 갖지만 이례적인 가격 할인을 겪고 있어,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매입과 소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영국계 투자사 팰리서캐피털은 양사에 서한을 보내 관련 문제를 논의했으며, 두 회사 모두 우선주 할인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견해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14일 팰리서캐피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손(Sohn) 샌프란시스코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에서 한국 우선주를 주요 투자 기회로 지목했다.
팰리서는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대표 사례로 꼽으며 구체적인 할인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손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핵심 투자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업계 주요 행사다. 앞서 국내에서도 우선주 할인 문제를 지적해 온 팰리서는 이번 발표에서 당장 실행 가능한 자본 배분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했다.
팰리서 분석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국내 상위 30개 우선주의 보통주 대비 평균 할인율은 46%에 달한다. 주요 해외 시장의 유사 주식 할인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상장 우선주 전체가 각각의 보통주와 같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가정할 경우 가치 차이는 약 86조원에 이른다.
팰리서는 한국의 우선주가 영미권의 '채권형 우선주'와 성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청산 시 우선권이나 배당 가산 혜택이 미미해 실질적으로는 '의결권 없는 보통주'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지배주주의 의결권 희석 없이 자본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우선주가 발행됐기 때문이다.
최근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으로 지배구조 개선 기반이 마련된 만큼, 우선주 할인을 자본 배분 차원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팰리서는 강조했다. 동일한 권리를 가진 주식을 싼값에 매입해 소각하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유통 주식 수를 줄일 수 있어 전체 주당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팰리서가 산출한 삼성전자 우선주 할인율은 26% 수준이다. 팰리서는 삼성전자가 예고한 90조~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재원 중 아직 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금액을 우선주 매입과 소각에 투입할 것을 권고했다.
내년 발표될 2027~2029년 주주환원 정책에 우선주 할인율 관리 목표를 명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우선주 할인율이 10%를 웃돌 경우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선례가 있다.
아울러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프리미엄 가격에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저렴한 국내 우선주를 사들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자본비용을 낮추고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효율적인 재무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팰리서는 회사 규모를 고려할 때 ADR 운용에 따른 관리 부담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3개 우선주의 평균 할인율은 48%로 격차가 더 벌어져 있다.
팰리서는 현대차가 2025~2027년 추진하는 최대 4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물량 대부분을 우선주에 배정할 것을 주장했다. 사실상 절반 가격에 주식을 소각할 수 있어 자본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우선주 주주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거론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관련 거래 등 중대 이벤트 발생 시 독립이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꾸려 보통주와의 차별 여부를 점검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업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 국내 우선주 권리 보호 제도의 불확실성 자체가 구조적 할인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역시 우선주 할인이 과도하다는 데는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서 측은 양사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선주 우선 매입에 따른 '주주 간 형평성' 우려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저평가된 우선주 중심의 매입·소각이 전체 주주의 파이를 키워 보통주 주주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는 합리적 자본 배분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적정 우선주 할인율 산정을 위해 투자자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팰리서는 이번 발표가 기업이 즉각적으로 실행 가능한 명확한 밸류업 대안을 시장에 제시하여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한국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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