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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의 어프로치] 진옥동, 신한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다

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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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오랜만에 4대 금융지주에서 대형 딜이 나왔다. 5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신한금융지주다. 신한금융은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 지분 77.04%를 6천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금융당국의 승인 등 절차를 거쳐 나머지 지분 22.96%도 확보한 뒤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는 9천억원이다. 놀랍진 않아도 다소 의외의 소식이었다. 신한금융이 롯데손보를 매물로 검토는 할지언정 정말 인수할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선 신한금융 내부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왜 진옥동 회장은 롯데손보에 승부수를 던졌을까"

롯데손보는 참 우여곡절이 많은 매물이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매각을 공식화한 건 3년 전이다. 우리금융,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굴지의 금융지주사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몸값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그사이 롯데손보의 자본 건전성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2025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 올 초 간신히 경영개선계획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생존을 위해선 반드시 매각에 성공해야 했다. JKL이 올 4월 다시 매각 작업을 진행하면서 신한금융은 롯데손보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진 회장은 인수가격을 어느 수준까지 낮추면 베팅해볼만한 지 진지하게 따져보라고 지시한다. 신한금융은 롯데손보 전체 기업가치로 8~9천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조급해지는 건 JKL 측이었지만, 진 회장도 여유롭진 않았다. KB금융과의 실적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이 3조4천427억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두고도 KB금융(3조8천846억원)에 뒤처졌다.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보다 2천300억원 이상 많은 2조4천585억원을 벌었고, 신한라이프와 신한카드도 KB라이프와 KB국민카드를 순익에서 제쳤는데도 손보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신한과 KB의 간극이 손보 차이라는 말이 나왔다. 과거 순익을 받쳐주던 신한카드가 경쟁에 치여 뒤로 밀린 데다, '이자 장사' 비판과 금융당국의 규제로 은행으로 먹고사는 시대가 끝나버린 상황에서 신한금융은 새로운 히든카드를 찾아야만 했다.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해 손보 경쟁력을 키운 것처럼 신한에게도 손보 덩치를 키우는 게 절실했다. 2021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신한EZ손해보험을 출범시켰지만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돈만 빨아먹고 있는 이 골칫덩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시키려면 M&A 밖에 답이 없다고 판단했다. 올해 예별손해보험과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시장에 나왔지만, 규모 등 면에서 진 회장 눈에 차는 매물은 아니었다. 향후 괜찮은 매물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었던 터라 어쩌면 롯데손보는 진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신한금융 내부에서 롯데손보를 수년간 검토해 온 바로는 인수 시너지가 그리 크게 평가되지 않은 것으로 들린다. 롯데손보가 업권내 중위권 손보사이지만 EZ손보와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다른 데다 지금까지 롯데 브랜드와 계열사가 맡긴 퇴직연금 물량이 인수 후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인수 후보자들이 수년간 실사 등을 통해 롯데손보 매물을 뜯어보면서 보이지 않은 부실에 대한 불확실함을 느꼈다고 한다. 인수 후 얼마나 더 들어갈지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에서 움켜 잡는 게 과연 맞느냐를 두고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수의 원매자가 롯데손보에 대해 '1조 이상의 몸값도 과하다'고 판단했던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진옥동 회장이 꿈꾸는 건 리딩금융그룹의 부활이다"

2018년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 회장은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를 인수한다. 7년간 사수하던 리딩그룹 자리를 KB금융에 빼앗긴 후 1년 넘도록 2위로 밀려나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후 조 회장은 오렌지라이프의 나머지 지분도 추가 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조 회장은 오렌지라이프 인수에만 2조2천500억원을 썼다. 오렌지라이프 순익이 온전히 신한금융의 실적으로 반영되면서 이듬해인 2019년 왕좌의 자리를 되찾아왔다. 조 회장은 인수 성과로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빅딜 도전 역시 KB금융이 큰 자극이 된 것이다.

아쉽게도 진 회장은 2023년 취임 이후 아직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되찾아오지 못했다. 취임해 4분기와 이듬해 1분기에 KB금융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관련 충당부채 환입 등 이슈로 주춤하면서 반짝 역전한 적 있으나 이후 계속 뒤로 밀렸다. 되레 두 그룹 간 순익 격차는 2023년 500억원에서 작년엔 1조 가까이 벌어졌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리딩금융의 꿈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들었을 것이다. 조 전 회장이 2022년 카디프손보 인수로 손보 시장 진입 물꼬를 텄다면 진 회장은 이를 완성하는 역할을 했다. 회장 취임 후 한 번도 M&A에 나서지 않았던 진 회장이 모처럼 굵직한 딜로 외형 성장에 나선 데에는 그만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작년 연임에 성공한 진 회장의 임기는 2029년 3월까지다. 정치권과 정부에서 지주 회장의 3연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2기 체제에 완연히 들어선 올해 그리고 내년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만년 2위에 머물 것인가,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가 진 회장이 승부를 걸 시기가 왔다. 그리고 진 회장은 롯데손보 인수라는 대형 딜로 주사위를 던졌다. 라이벌 KB금융은 3년 만에 양종희 회장 시대 막을 내리고 '젊은 피' 이재근 회장으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는 과도기를 맞았다. 예상치 못했던 변화에 KB금융이 적응하는 사이 신한금융의 안정적이고 공격적 행보가 금융지주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적기다. 숨겨져 있던 신한의 저력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금융부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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