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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물량 경신하는 한국물 시장…상위 하우스 편중 현상은 심화

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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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역대급 발행 물량을 꾸준히 경신하는 가운데 상위 하우스에 주관 실적이 집중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상위 5개사의 G3(달러·유로·엔) 통화 채권 실적 점유율이 절반에 달하면서 시장 호황에도 양극화는 심화하는 분위기다.

한국물 시장의 주요 발행사가 공기업이라는 점이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기업의 경우 절차적 공정성 등이 강조되는 터라 리그테이블 상위사를 중심으로 주관사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

실적이 실적을 낳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후발주자와 상위권에 들지 못한 하우스들의 진입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HSBC·CA·씨티 체제 공고…상위 5개사 점유율 절반 육박

14일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순위'(화면번호 4431)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누적 기준 공모 한국물 발행량은 658억8천910만달러로, 전년 동기(약 494억달러) 대비 33.15% 늘어났다.

3분기 누적 기준 공모 한국물 발행량이 600억달러를 넘어선 건 연합인포맥스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공모 발행량이 573억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연간 물량 또한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한국물 시장이 역대급 활황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하우스별 셈법은 복잡하다.

아시아에서 한국물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시장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실적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상위사 중심의 실적 편중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상위 3개사인 HSBC와 크레디아그리콜(CA),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씨티)의 공모 한국물 주관 실적 비중은 전체 물량의 32.38%였다.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린 하우스는 45곳에 달했지만, 전체 물량의 약 3분의 1은 3개사에 집중됐던 것이다.

G3 통화 발행물은 편중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상위 3개사 비중은 35.39%, 5개사는 48.88% 수준이었다.

G3는 글로벌 대표 통화인 만큼 주관 시장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다. 이에 현지 증권사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이 큰 이종통화 발행물에 비해 상위사의 우위가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HSBC와 CA, 씨티가 독주를 시작한 건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세 하우스는 지난 2023년부터 공모 기준 상위 3개사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점유율을 넓혀왔다.

지난 2023년 세 하우스의 공모 G3 통화채권 점유율은 31.7%에서 지난해 35.9%까지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상위 5개사의 G3 통화채 점유율이 50%를 차지하면서 과점 양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도 차별화된 외화 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우스를 주관사로 낙점할 수밖에 없다"며 "상위 하우스의 실력이 실적 격차를 만들어온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국시장, 상위하우스 쏠림 두드러져

상위 하우스의 주관 실적 편중은 한국물 시장에서 유독 두드러진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물은 공기업 발행 비중이 큰 터라 그들의 리그테이블 상위사 중심의 주관사 선정 과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공기업의 경우 절차적 공정성 등을 이유로 주관사 선정 시 리그테이블 순위와 주관 실적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 시장의 경우 공기업을 중심으로 리그테이블 실적이 주관 실적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최상위 하우스들이 독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발행사에 조달 기여도를 높여 차별화를 꾀해도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짚었다.

싱가포르와 호주, 일본에서는 상위 하우스의 실적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연간 G3 통화 공모채 발행물 기준 상위 3개 하우스의 실적 비중은 세 국가 모두 20%대 수준이었다.

상위 5개사의 비중은 모두 40% 안팎으로, 절반에 육박하는 한국과 차이를 보였다.

글로벌IB는 공모 한국물 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을 위해 대출과 사모채 등 다양한 외화 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발행사와의 접점을 다져나간다.

이에 공기업도 주관사 선정 시 정성 평가 기준으로 기여도를 고려하고는 있지만 리그테이블 실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상위사 중심의 실적 체제가 심화할 경우 외화 조달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위 하우스는 동시에 10곳 이상의 맨데이트를 받아 다수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터라 일부 발행사에는 소홀히 하는 현상마저 드러나고 있다"며 "빈익빈 부익부 상황 속에서 피해는 발행사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재정경제부의 달라진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상위 하우스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경부는 최근 달러화와 유로화 채권 발행의 주관사로 국내 증권업 인가를 받지 않은 역외 IB를 선정하는 것에 대해 까다로운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상위 하우스에 주관 실적이 집중된 상황에서 역외 IB의 참여까지 위축되면 시장 플레이어 감소 및 발행사의 선택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물 발행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다각도의 외화 조달 라인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상위사 쏠림과 규제 효과가 맞물려 시장의 경쟁과 다양성이 더욱 제약되는 모습이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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