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운용 이어 팰리서 가세…FCF 50% 환원율 상향 요구
10년 전 '할인율 10%' 매입 기준 재조명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계기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선주 매입·소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기존 주주환원 재원을 우선주 소각에 집중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해외 투자사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해 추가 소각 재원까지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단순한 주주환원 확대를 넘어 주식 종류별 자본 배분과 해외 자금조달 구조, 이사회의 책임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장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행동주의 투자사 팰리서 캐피탈은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손(Sohn) 투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잔여 주주환원 재원을 우선주 매입·소각에 집중하고, 차기 2027~2029년 주주환원 정책에 우선주 할인율 축소 목표를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ADR을 프리미엄 가격에 신규 발행하고 조달한 자금으로 저평가된 우선주를 추가 매입·소각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내선 소각 요구…해외선 ADR까지 '한발 더'
앞서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에 주주서한을 보내 올해 잔여 주주환원 재원을 우선주 매입·소각에 우선 배정할 것을 요구했다.
10월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하고 연말까지 우선주를 매입·소각하되 남은 재원은 현금배당에 쓰자는 제안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삼성전자로부터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지난 6일 밝히기도 했다.
두 투자사 모두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저렴해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소각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팰리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삼성전자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26% 할인된 가격에 거래됐다.
다만 팰리서는 기존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넘어 신규 자본조달을 통한 우선주 소각과 장기적인 할인율 관리 체계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팰리서는 보통주 발행주식 수의 2.5%를 국내 주가보다 30% 높은 가격에 ADR로 발행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미국 증시에서 높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하고 국내에서 할인된 우선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요구는 삼성전자가 과거 우선주 우대 매입 정책을 실제 시행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11조3천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면서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10% 이상 할인되면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당시 우선주 할인율은 22%였으며, 1차 매입 대상 주식 수의 35%를 우선주에 배정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9월까지 보통주 660만주와 우선주 230만주 등 총 890만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당시 제시한 10%는 적정 할인율 목표라기보다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이는 기준이었다. 팰리서는 이를 근거로 차기 주주환원 정책에 할인율 축소 목표를 다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과거 ADR 발행을 검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추진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관련 방안을 다시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소비자 대상(B2C) 사업도 영위하고 있어 미국 증권시장 진출에 따른 집단소송 위험과 강화된 공시·규제 부담 등을 고려해 ADR 발행을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의 삼성전자 부스가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다. 2026.10.14 dwise@yna.co.kr
◇ 영업익 107조…환원율 상향·이사회 책임까지 요구
우선주 소각 요구가 커지는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가파른 실적 개선이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천억원으로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1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앞서 올해 주주환원 재원으로 90조~110조원을 제시하고, 3분기에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은 환원 재원의 상단인 110조원을 가정할 경우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추가 주주환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존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만 유지하더라도 2027~2029년에는 최소 600조원 이상의 환원 재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KB증권은 지난 12일 보고서에서도 향후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동시에 확대되고 FCF의 50%를 웃도는 환원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팰리서는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차기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서 현행 FCF 50%인 환원 비율 자체를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이크론이 초과 FCF의 10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히고 SK하이닉스도 FCF의 50%를 웃도는 환원율을 제시한 만큼 삼성전자 역시 환원 규모를 확대할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사회의 책임 강화도 주문했다.
팰리서는 지난해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전체 주주로 확대된 만큼 우선주 저평가 문제도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해 우선주 할인율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하고 경영진 보수와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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