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기업 자금조달 자율성 사이…'중요정보 누락' 판단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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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진 중인 대규모 유상증자를 두고 노동조합이 제동을 걸면서,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권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누락됐다면 감독당국의 개입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노사 갈등이나 기업의 투자 결정 자체를 이유로 자금조달에 제동을 거는 것은 감독 권한의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팽하다.
금감원은 과거 고려아연과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에도 잇따라 제동을 걸었던 전례가 있다.
업계 안팎에선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심사와 기업의 자금조달 자율성 존중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에 급격히 커진 가운데 자칫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까지 변수가 될 수 있어 금감원도 입장이 난감한 모양새다.
◇노조가 꺼낸 '정정 카드'…투자위험 누락이 핵심 쟁점
15일 IB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금융당국에 유상증자 일정의 보류와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회사에 증권신고서 정정요구가 전달되지는 않았다.
노조는 오는 26일부터 3주간 예고한 2차 파업의 위험이 투자설명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파업 시작일이 신주인수권증서의 장내거래 개시일과 겹치는 만큼 투자자들이 노사분규에 따른 사업 위험을 충분히 판단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6공장 투자재원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총투자비 1조9천48억원과 재원표의 합계 사이에 3천359억원의 차이가 있다며 설명을 요구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공시에서 앞선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추가 노사분규 가능성을 이미 위험 요인으로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6공장 투자비 역시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부족하면 자체 현금과 다른 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정정된 증권신고서에는 발행가액 하락에 따라 모집예정액이 기존 3조9억원에서 2조6천650억원으로 줄어든 내용이 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6공장 건설에 직접 배정됐던 유상증자 자금 2천947억원이 빠지고, 조달액을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우선 사용하도록 계획이 변경됐다.
노조가 지적한 3천359억원은 유상증자 조달 예정액의 감소분과 일치한다. 이를 곧바로 6공장 투자재원의 미확보액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금감원이 판단해야 할 것은 파업의 존재 자체보다 새롭게 예고된 파업이 기존 공시와 비교해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추가 정보인지, 변경된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설명이 충분한지 여부다.
노조의 문제 제기가 금융당국의 심사 권한을 활용한 노사협상 압박 수단이 아니냐는 시각도 가능한 셈이다.
다만, 노조위원장이 우리사주조합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직원 주주의 투자위험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를 부당한 압박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문제 제기의 동기보다 공시정보의 중요성과 객관적인 누락 여부를 따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고려아연·한화솔루션의 전례…금감원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나
그간 금융당국의 정정요구가 기업의 유상증자 계획을 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금감원은 지난 2024년 고려아연이 추진한 2조5천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추진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등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결국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올해 한화솔루션도 약 2조4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다가 자금조달 계획과 위험 설명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 정정요구를 받았다.
이후 유상증자 규모를 약 1조7천억원으로 축소했다.
두 사례 모두 금감원의 공시심사가 실제 기업의 자금조달 계획과 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사례들과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케이스는 구분할 필요도 있다.
고려아연과 한화솔루션은 금감원이 직접 증권신고서의 중요 정보 누락이나 설명 부족을 문제 삼았던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가 공시 보완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감독당국의 공식적인 정정요구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자본시장법 제122조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증권신고서의 중요사항이 누락되거나 불분명해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청약일 전일까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정정요구가 이뤄지면 기존 증권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유상증자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권한이 기업의 투자사업에 대한 경제성이나 유상증자의 적정성을 금융당국이 대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투자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투자 위험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금융당국이 자금조달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라 기존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와 기업의 경영판단에 감독당국이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충돌하는 지점도 이 곳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공개매수에서 응모 지분 87.88%를 확보해 최소 조건을 충족하는 등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상증자 일정이 지연되면 인수자금 확보와 향후 사업계획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은 공시를 그대로 두면 주주들이 수조원대 자금조달에 수반되는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으로서는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부담이 따르는 셈이다.
IB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의 본질이 단순히 금융당국이 유상증자를 허용할 것인 지가 아니라 투자자가 알아야 할 중요 정보가 충분히 공개됐는지, 그 판단을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 지에 있다고 보고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권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라고 하지만 현재로선 노조의 안전장치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며 "기업의 자금조달에 대한 사실상의 허가권처럼 비칠지 그 경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지키느냐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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