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 공급가 12만9천800원…위고비·마운자로보다 최대 53% 저렴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국산 첫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의 공급가가 위고비·마운자로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양강 구도를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에페의 첫 달 공급가를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2만9천800원으로 책정했다. 2mg과 4mg을 2주씩 투여하는 기준이다.
1회 투여분 공급가는 2mg 2만4천200원, 4mg 4만700원, 6mg 5만7천200원, 8mg 6만9천300원, 10mg 7만4천800원으로 각각 정해졌다. 주 1회 맞는 약이라 최고 용량인 10mg을 4주 투여하면 29만9천200원이 든다.
회사는 환자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가격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환자 부담은 공급가보다 커진다. 에페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이라 유통·약국·의료기관 마진이 더해져서다. 업계에서는 환자가 한 달에 14만원에서 20만원가량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환자 부담 금액은 의료기관의 진료·처방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제약회사가 공급가격을 대국민 가격으로 공개할 경우 실제 환자 부담 비용과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페는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개발 45번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공급 개시 시점은 이달말이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이다. 에페는 뇌와 위장관의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음식물이 위에서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유지한다.
주 1회 피하 주사하는 방식으로, 당뇨병이 없는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에 쓰인다.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40주차 중간 결과에서 평균 체중은 9.75% 줄었다.
한미약품 자체 비교에 따르면 에페는 초기 용량 기준으로 위고비보다 37%, 마운자로보다 53% 싸다. 유지 용량에서도 각각 17%, 19%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운자로와 위고비만큼 효과가 검증된 약이 아니어서 가격이 싸게 책정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시장의 규모는 작지 않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유통 실적은 마운자로 7천444억원, 위고비 2천170억원으로 합계 9천614억원에 달했다. 삼성증권은 두 제품의 올해 국내 매출이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시장 성장세 속에서 가격이 승부처가 되는 것은 비용 부담이 치료 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오비시티(Obesity)에 실린 연구에서 비만치료제 투약을 중단한 환자 288명 가운데 47.6%인 137명이 비용과 보험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부작용 때문이라는 응답은 14.6%에 그쳤다.
정재원 iM증권 연구원은 "경제적 부담이 비만 치료 중단의 주요 원인인 상황에서 약가에서의 경쟁력이 증명된다면 점유율 상승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신규 환자 유입과 처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미약품은 에페로 연간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페의 가치를 두고는 증권사 간 시각차가 크다.
iM증권은 에페의 국내 점유율이 내년 1%에서 출시 8년차인 2034년 21%까지 오른다고 보고 에페 가치를 1조6천30억원으로 산정했다.
다올투자증권이 매긴 에페 가치는 5천685억원으로 iM증권 추정치의 3분의 1을 조금 웃돈다.
서근희 삼성증권 팀장은 "식약처 승인 이후 투자자의 관심이 에페 약가와 한미약품의 마케팅으로 이동했다"며 "에페 최종 약가와 출시 후 처방 추이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한미약품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모든 활동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msbyun@yna.co.kr
변명섭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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