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시범운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북극항로 개척은 지정학적 필요성이 대두되나 상업성에 한계가 있고 외교적 문제도 얽혀 있어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의 성과와 한계, 향후 방향을 점검하고 제안하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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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포성이 난무하는 중동에 목매지 않고 더 빨리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열어준 북극항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지할 매력적인 대체항로로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극지 이슈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지난 8월 시범운항을 위해 팬스타 아크로호를 띄웠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극해를 통과해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한 뒤 다시 북극해를 거쳐 지난 11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화학제품,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화물 83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싣고 부산에서 출항해 50일 동안 3만354㎞를 운항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운항에 걸린 시간과 거리, 구체적인 경로와 연료, 보험 등 각종 비용을 포함한 데이터를 생성했다.
해양수산부는 내년을 비롯해 반복적으로 시범 운항을 실시해 쌓은 데이터로 2030년 정기 상업 항로를 개통한다는 목표다.
◇ 시기적 제약…경제성 확보 못해
해수부가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성공한 것은 큰 의미를 갖지만 2030년에 화주들의 화물을 바로 유치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후가 좋지 못한 데다 경제성이 나빠서다.
북극항로는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하절기 4~5개월로 한정되고 기항지가 없어 선박 정비 등이 용이하지 않다. 짐을 내리고 실으며 수익을 내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기항지가 없는 항로는 매력적이지 않다.
극지는 기상이 불안정하고 사고가 났을 때 지원받을 인프라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선박 보험 비용이 많이 든다. 러시아 쇄빙선에 지불해야 하는 호위 수수료도 비용을 늘리는 요소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에 따르면 선박 한 척이 유럽을 왕복하는 데 76억3천만원이 드는데 이 중 쇄빙 서비스 이용료가 13억5천900만원을 차지했다.
해운 컨설팅업체 드류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를 대체하는 메인 컨테이너 항로가 되기보다는, 배터리나 자동차 부품 등 속도가 중요한 고가 화물 중심의 계절성 프리미엄 틈새시장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학술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도 여름철 해빙기조차 북극항로가 수에즈 경로보다 실제 전체 비용 면에서 유리했던 경우는 16.6%에 불과했다. 확실한 물동량 확보와 비용 인프라 개편 없이는 상업적 정기항로 개설이 쉽지 않다.
◇ "2040년, 경제성 확보한다"…적정 유가·해빙 감소 조건부
해수부는 북극항로가 2040년께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본다.
황종우 해수부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실제 운항거리가 기존 항로보다 약 35% 줄었고 쇄빙선 지원 없이도 2~3개월가량 운항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빙(海氷)이 계속 녹아 쇄빙선 없이 운항할 수 있는 구간이 늘어나면 쇄빙선 수수료 부담이 줄면서 경제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항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선사의 극지 전용선박 투자비 회수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 면적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함에 따라 현재 여름~가을(연 3~4개월)로 제한되는 운항 기간이 2030~2040년에는 연중 6~8개월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이상일 때 운항거리가 짧은 북극항로의 장점이 부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연구원은 고유가 시나리오에서 수에즈 운하 항로의 연료비 부담이 급증해 북극항로의 비싼 쇄빙선 호위료와 특수 보험료를 상쇄하고 높은 비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유가가 5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저유가 국면에선 경제성이 매우 낮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여러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2030~2050년 북극항로 상용화 시 글로벌 해운업계의 연간 비용 절감 효과를 약 30억달러로 추산했다.
hjlee2@yna.co.kr
이효지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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