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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의 '송구하다'는 말에 비수 꽂히는 심정…모두 제 불찰"

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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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일 돌아보며 "그저 운 좋았을 뿐…대통령은 무엇보다 좋은 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름 앞에 따라붙는 직함이 없는 것이 퍽 오래간만입니다"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499일을 보낸 강훈식 전 실장이 15일 담담하면서도 먹먹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시간에 대한 감사와 회한, 자신을 믿어준 이들을 향한 미안함이 글 곳곳에 묻어났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순간을 자신의 가장 큰 불찰로 꼽았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고민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다"며 "무엇 하나 제 탓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운 밤이 많았다. 대체로 사실일 것"이라고 적었다.

그가 가장 괴로웠던 날로 꼽은 것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날이었다.

강 전 실장은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며 "비서실의 장으로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전했다.

이어 "잠 못 이루는 주말을 보내고 대통령께 사의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퇴 결심 이후에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고 했다.

강 전 실장은 "이후의 여론도 빠짐없이 듣고 보았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은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터이고, 대부분의 비판은 수긍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 왜 나가느냐는 말씀은 많이 아팠다"며 "죄송하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보다 대통령 곁을 떠나는 데 대한 질책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는 고백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 전 실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강 전 실장은 막상 비서실장직을 내려놓는 순간을 맞았지만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감회보다 감사함이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만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갈 줄로만 알았는데,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만 거듭 든다"고 적었다.

정치적 기반이 돼준 충남 아산 주민들부터 자신에게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긴 이 대통령,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직원들까지 한 사람씩 떠올리기도 했다.

강 전 실장은 "무명의 강훈식을 키워주신 충남 아산의 주민들이 계셨습니다"라며 "한 발 떨어져 있던 의원을 믿고 소임을 맡겨주신 당시 후보님이 계셨습니다.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는 어린 비서실장의 말을 믿고 함께 뛰어준 수많은 직원들이 있었습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을 향한 마지막 인사에는 각별한 애정과 존경을 담았다.

강 전 실장은 "대통령님은 좋은 분입니다"라며 "탁월한 행정가이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이라고 했다.

이어 "모시는 내내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다"며 "더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주신 세상이 무궁무진했다.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의 첫 비서실장으로서 국정 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는 후임인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에게 청와대를 맡긴다는 뜻도 전했다.

강 전 실장은 "청와대는 제 개인의 거취와 관계없이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대오를 유지할 것"이라며 "새로운 비서실장님과 제가 만나본 가장 유능한 참모들이 든든히 버틸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돌아보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응원해주신 모든 목소리와 비판해주신 모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조급했던 지난날도 돌아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 더 깊이 살폈어야 했던 일들을 오래 기억하겠다"며 "온전히, 빈틈없이 감사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강훈식 전 비서실장 엑스(X·옛 트위터) 캡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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