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팰리서 이어 달튼까지 가세…26% 할인에 "같은 돈으로 1.34배 매입"
BHP·카니발·알파벳 선례 제시…장기적으론 보통주·우선주 단일화 촉구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삼성전자 우선주를 겨냥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 팰리서캐피탈에 이어 미국계 가치투자 운용사 달튼인베스트먼트까지 가세해 우선주 집중 소각과 장기적인 주식 통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향후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재원을 보통주와 우선주에 어떻게 배분할지가 자본시장의 주요 화두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16일 연합인포맥스가 입수한 주주서한을 보면, 달튼은 전일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에 서한을 발송해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할인 거래되는 상황에서는 우선주를 집중적으로 매입·소각하는 것이 전체 주주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달튼은 10년 이상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보유해 온 장기 투자자다. 지난 5월 삼성전자 경영진과 대면 미팅을 하고 자사주 매입 시 우선주 배분 비율을 논의한 데 이어, 이번 서한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6% 싼 우선주…같은 돈으로 34% 더 소각"
달튼 요구의 핵심은 가격 괴리를 활용한 효율적인 자본 배치다.
현재 삼성전자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약 26% 할인 거래되고 있다. 동일한 주주환원 재원을 투입할 경우 우선주를 보통주보다 약 1.34배 더 많이 매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1990년대 상법 개정 이전 발행된 '구형 우선주'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액면가의 1%를 추가 배당받는다. 현재 액면가가 100원이라 추가 배당액은 연간 주당 1원에 불과해 사실상 의결권 유무를 제외하면 경제적 권리 차이가 거의 없다.
달튼은 경제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유사한 두 주식의 가격 차이가 크다면, 저렴한 주식을 더 많이 사들여 소각하는 것이 전체 주주에게 유리하다고 짚었다.
우선주를 매입하면 발행주식 총수를 더 크게 줄일 수 있고, 이는 주당순이익(EPS)과 잔존 주주의 지분 가치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논리다. 보통주와 우선주 주주 모두에게 수혜가 돌아간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단기 수급 부담 우려도 일축했다. 보통주 자사주 매입에 따른 추가 매수 수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수 있는 반면, 할인된 주식을 더 많이 소각해 발행주식 수를 줄이면 EPS와 잔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높아지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달튼의 제안은 삼성전자에도 낯선 방식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1조3천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우선주 할인율을 자사주 배분의 기준으로 활용한 전례가 있다.
당시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약 22% 낮은 가격에 거래되자 삼성전자는 1차 매입 물량 가운데 우선주 비중을 35%까지 높였다. 회사는 당시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이는 이유로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의 주식을 소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10% 이상 할인될 경우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달튼이 이번에 제시한 논리와 사실상 같다.
◇알파벳·BHP 선례 제시…"전체 주주 위한 자본배분"
우선주만 집중 매입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보통주 주주와의 형평성 논란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경제적 실체가 같은 주식 중 저평가된 쪽을 선택적으로 거래한 해외 기업의 선례를 근거로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광산기업 BHP다. 과거 호주와 영국에 이중 상장했던 BHP는 두 주식 간 가격 차이가 발생하자, 상장 주식 수량비율과 무관하게 8~9% 더 저렴하게 거래되던 영국 상장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크루즈 선사 카니발 역시 미국과 영국 상장 주식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비싼 주식을 팔고 싼 주식을 사들이는 '주식 스와프'으로 순자본을 확충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 A와 없는 클래스 C 모두를 자사주 매입 대상으로 열어두고, 거래 가격과 경제적 비용을 따져 유리한 방식을 택하도록 이사회 차원에서 결의한 바 있다.
달튼은 이를 근거로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 차이를 활용하는 것은 특정 주주를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자본배분이라는 논리를 폈다.
◇"궁극적 해법은 보통주·우선주 통합"
달튼은 구조적인 개편까지 요구했다.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하나의 주식으로 통합해 가격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 자체를 원천 차단하자는 구상이다.
앞서 선례로 제시한 BHP와 카니발 역시 결국 이중 상장 구조를 단일화하며 가격 괴리 현상을 구조적으로 해소했다.
달튼은 비슷한 경제적 권리를 지녔음에도 국내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만성적으로 할인 거래되는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단면으로 봤다. 서한을 통해 "한국 최대 상장사인 삼성전자가 다수 우선주에 적용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중요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며 주식 통합 검토를 촉구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둘러싼 요구도 갈수록 구체화하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달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에 주주서한을 보내 올해 주주환원 잔여 재원을 할인된 우선주 매입·소각에 우선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팰리서캐피탈은 기존 주주환원 재원을 우선주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ADR)를 프리미엄에 발행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국내에서 할인 거래되는 우선주 매입·소각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달튼은 우선주 집중 매입·소각을 넘어 장기적으로 보통주와 우선주를 하나로 합쳐 가격 괴리가 발생하는 구조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향후 천문학적 규모의 주주환원 방식을 확정하는 시점을 앞두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요구가 단순한 환원 확대에서 주식 종류별 자본배분과 자본구조 개편으로까지 확장하는 모습이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관련 질의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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