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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B가 본 韓증시…외국인 매도 '디리스킹' 전환

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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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금조달 불안에 메모리 포지션 청산 압력

글로벌 자금 '메모리→연산·네트워킹'…국내 매수 주체도 실종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최근 코스피 급락을 바라보는 해외 금융기관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레버리지 축소와 포지션 정리 성격이었다면, 최근에는 위험자산 자체를 줄이는 '디리스킹(De-risking)'으로 매도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자금조달 불안과 중국발 메모리 경쟁 심화에 국내 증시의 수급 여건 약화까지 맞물리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국제금융센터가 취합한 주요 해외 금융기관 시각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를 본격적인 위험자산 축소 흐름으로 평가했다.

지난 7월 주가 급락 때 외국인 매도가 디레버리징과 포지션 축소 때문이었다면, 최근에는 위험자산 자체의 노출을 줄이는 '디리스킹'으로 성격이 변했다는 것이다.

전일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총 3조4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3조1천억원의 매도 물량이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2조6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외국인 이탈의 주된 배경 중 하나로는 AI 투자 사이클을 둘러싼 자금조달 우려가 꼽힌다.

예상치를 웃돈 미국 물가지표로 정책금리 인상 경계감이 되살아나면서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한 AI 산업의 투자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졌다.

골드만삭스는 금리 인상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롱온리 펀드와 헤지펀드에서 대규모 기술주 매물이 출회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AI 데이터센터 업체 코어위브의 주가는 지난 14일 15.5% 급락했고 회사채 금리는 하루 만에 112bp 뛰었다.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천118bp까지 치솟았다.

밀러타박은 코어위브뿐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CDS 프리미엄도 상승하면서 AI 전반으로 신용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브로드컴과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자금조달 문제가 AI 붐의 중대한 역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브로드컴은 칩이나 전력 부족보다 자금조달이 AI 확장에 더 큰 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글로벌 신용시장 불안은 국내 반도체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밴티지글로벌프라임은 차입 비용 상승과 AI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포지션 추가 청산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투자자들이 메모리 업사이클 장기화에는 동의하면서도 단기 촉매제가 부족해 주가 조정 때 포지션을 확대할 만큼의 확신은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산업 내에서 투자 대상을 가려내는 '옥석 가리기'도 한국 증시에는 부담이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호가 AI 인프라 내에서도 메모리보다 '연산(Compute)·네트워킹'으로, 'AI 인프라 제공기업'에서 'AI 도입기업'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JP모건 역시 가격 상승 탄력 둔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양 하향 논의 등을 이유로 대형 메모리주에서 중소형 장비·기판·인쇄회로기판(PCB),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을 포착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차세대 D램 기술에서 진전을 보이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 증가에 따른 선두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 약화 우려가 제기됐다.

HSBC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1년 전 약 4%에서 최근 10%까지 상승했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은 중국이 AI 반도체 분야에서 실질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업체의 추격이 당장 메모리 산업 구도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HSBC는 원가 효율성과 양산성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향후 2~3년간 메모리 가격과 산업 구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노무라는 CXMT가 올해 말까지 관련 기술의 시제품 생산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027~2028년까지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도달하기 어려우며 메모리 선두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도 최소 3년은 남아 있다고 봤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증시의 수급 여건도 외국인 매도의 충격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고점 당시 약 80조원에서 최근 20조~30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거래량과 호가가 얇아지면서 매도 충격이 증폭됐다는 평가다.

외국인이 매도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외에는 뚜렷한 자금 유입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4.9%로 연말 목표치인 20.8%를 크게 웃돌았다. 최근 지수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설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여의도증권가

[촬영 안 철 수] 2025.10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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