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반도체 호황에 눌렸던 채권시장이 반도체주 급락을 계기로 반등하고 있다.
국고채 발행 축소가 공급 부담을 덜어낸 가운데 주식시장 조정에 따른 위험회피와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가 금리 하락을 이끌었다.
다만 반도체 가격과 수출 등 실물 여건은 견조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국내 기관도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어 선물 중심의 강세가 현물 수요 확대로 이어질지가 이번 반등의 지속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454.59포인트(p)(7.57%) 하락한 5554.22로 거래를 마쳤다. 2026.10.15 cityboy@yna.co.kr
◇ 발행 축소가 마련한 여건…반도체주 급락에 강세 탄력
1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9월말 4.1% 안팎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3.8% 후반으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4.6%대였던 10년과 30년 금리도 각각 4.2%, 4.3% 안팎으로 하락했다.
외국인 선물 수급도 반전됐다.
외국인은 9월 3년 국채선물을 5만659계약 순매도했으나 10월 들어 15일까지 6만5천384계약 순매수했다. 10년 국채선물도 9월 1만5천59계약 순매도에서 10월 1만2천281계약 순매수로 돌아섰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발행 축소가 추석 전후 금리 상승을 제어한 데 이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우려를 동반한 주가 조정이 채권 강세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반도체가 죽어야 채권이 산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중심의 위험선호가 채권 약세를 심화한다고 진단했던 것과는 다른 장면이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기 전에 주가가 먼저 조정받으면서 채권 매수 심리가 살아난 것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에는 단기적으로 영향이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라며 반도체 주가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반도체 주가가 반등하면 시장금리도 반등하고, 주가 하락이 깊어지면 금리도 내려가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인포맥스
◇ 주가와 다른 반도체 실물…추가 긴축 전망은 그대로
그러나 주가 조정과 달리 반도체 실물이 견조하다는 점은 채권의 추가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시장금리는 위험회피에 반응하고 있지만, 한은이 판단의 근거로 삼는 성장·물가 여건까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실물 데이터는 견조하니까 기준금리 전망에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인상에 이어 내년 2월이나 4월 마지막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가 3.50%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소비와 자산효과, 금융여건을 통해 최종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아직은 정책 경로를 바꿀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윤 연구원도 이번 금통위에서 신현송 총재가 반도체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을 중시하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까지 수출이 예상을 웃돌아 성장 전망의 상향 압력이 있는 만큼, 주가 불안에도 이번 회의가 4분기 추가 인상을 예고하는 매파적 회의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3.50%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국고채 3년물이 추가로 강해지려면 코스피가 5천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큰 충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장기금리 하락에는 경기 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코스피가 5천선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작년에 2천, 3년 수준에서 올랐던 것이어서 주식으로 인한 물가의 전이효과는 이미 나타났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경우도 올해 이익에 대한 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이어서 이른바 M2 통화량은 늘어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기관은 신중…현물 매수 확산이 관건
추가 인상 전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관의 매수 대응도 제한적이다. 최근 강세가 새로운 금리 하락 전망에 따른 매수보다 기존 매도 포지션의 청산 성격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국내 기관의 국채 매수는 적어 보이고, 선물은 외국인 주도의 매수"라며 "외국인 선물 매수와 미결제약정 감소가 함께 나타나 숏 포지션 청산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를 앞두고 매수·매도 양쪽에서 포지션을 축소하는 국면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번 회의는 동결하더라도 매파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앞선 증권사 딜러는 국내 기관들이 상반기 손실 등을 거치며 하반기에 금리 위험 노출을 줄여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세도 외국인들이 글로벌 환경에 따른 자산배분 차원에서 국내 국채선물을 매수하면서 시장이 따라온 성격으로 평가했다.
주가 급락을 계기로 국내 기관들이 전략적인 채권 매수에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 부담 완화가 금리 재상승을 완충하는 가운데, 외국인 선물 매수를 국내 기관의 현물 수요가 이어받을지가 향후 확인 지점으로 꼽힌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강세가 지속되려면 외국인 선물 매수가 국내 기관의 현물 보유 확대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의 11월 및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면 3년물의 추가 금리 하락에는 제약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외금리 안정과 위험회피가 이어지는 동안 3년·10년 금리차 축소 압력은 남겠지만, 이미 10년물이 상대적으로 크게 강해진 만큼 추가 축소 속도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강세 분위기는 유지될 수 있지만, 추가 인상 경로가 바뀌지 않는다면 금리 하락 속도는 점차 완만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