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 합의 여부엔 "보고 못 받아"
기념품 구매 지시 공모·방조 사실 부인
與 "조합원 선거권 확대해야"…野 "협동조합 자율성 훼손"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선거의 정치화와 지역 갈등을 우려하면서도 공영선거에 준하는 선거비용 보전을 요청했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 방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농림축산식품부와 합의했는지 여부에는 "합의에 따른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답했지만, 실무협의 경과는 보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직선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치화와 지역화 우려가 있다"며 "특히 공영선거에 준해 선거비용을 보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해 마무리하면 농협에서는 그 절차에 준해서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지난 5월 전체 조합원 직선제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1천100여개 회원조합의 조합장이 선출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약 187만명의 조합원이 직접 투표하게 된다.
이어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강 회장 비서실 직원이 구속된 고가 기념품 구매 의혹을 거론하며 강 회장의 관여 여부와 거취를 물었다.
신 의원은 "회장실과 부회장실로 들어간 2억4천만원 상당의 고가 기념품 구매와 관련해 본인도 소환돼 조사받았느냐"고 묻자 강 회장은 "조사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신 의원이 기념품 구매를 지시하거나 공모 또는 방조한 사실이 있는지 묻자 강 회장은 "없다"고 부인했다.
신 의원은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수사받을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강 회장은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수사 과정에서 본인의 관여 사실이 드러날 경우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강 회장은 "법률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정부·여당과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에 합의했는지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2일 윤준병 민주당 농해수위 간사와 농식품부 관계자가 자신의 의원실을 방문해 농협법 개정 쟁점에 대해 대승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며 실제 합의 여부를 물었다.
이에 강 회장은 "합의에 따른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윤준병 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핵심 쟁점에 대한 대승적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윤 간사는 이날 1차 질의 마지막 순서에서 강 회장에게 합의 결과가 아닌 실무협의 내용은 보고받았는지 재차 확인했다.
강 회장은 "협의 내용은 보고받고 있고, 내용은 지금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간사는 "진행되는 내용을 다 보고받고 있지 않으냐"며 "그것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답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 간 의견은 엇갈렸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공공기관이 아닌 협동조합이고 중앙회의 회원은 개별 농민이 아닌 지역농협"이라며 "회원이 아닌 조합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법률적 정합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강 회장에게 "회원들이 뽑은 중앙회장이 어떻게 회원들의 동의 없이 혼자 직선제 도입을 결정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강 회장은 "혼자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전국 지역농협 조합장 60여명과 이사 18명 등이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직선제가 도입되면 유명 정치인들이 중앙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정치 바람을 타게 될 것"이라며 "평생 농협에 몸담고 전문지식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중앙회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합원 직선제가 농협의 민주적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조합장 1천100명이 뽑던 중앙회장을 187만 조합원이 직접 뽑게 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농협을 장악하려 한다면 조합원들에게 회장 선출권을 돌려주는 것이 앞뒤가 맞느냐"고 반문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도 "중앙회장 직선제는 농협 민주화의 물결"이라며 내년 3월 일선 조합장 선거 전에 법 개정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 독립감사기구 설치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농식품부가 현행 농협법에 따른 감독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은 채 새로운 감사기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6년간 의결 취소나 임원 직무정지, 업무정지 등 강한 감독권을 행사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며 기존 감독 권한부터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농협 내부 지배구조 개선과 외부 감사기구 설립 과정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에 관한 부분이 가장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외부 감사기구 신설에 따른 추가 비용에 대해서 그는 "대략 1천억~1천500억원 정도가 발생할 것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농협의 내부통제 부실과 금융사고를 거론하며 감사기구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2년 이후 농협중앙회가 징계한 임직원 사건 21건 가운데 범죄 혐의가 뚜렷한 6건이 고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고 지적하자 강 회장은 "인사 금융사고라든지 성비위 등은 노조에서 (조치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절차는 준해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옆은 우희종 한국마사회장. 2026.10.16 scoop@yna.co.kr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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