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0 유튜브 캡처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인공지능(AI) 모델을 쓰더라도 획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서 금융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고전적 규제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17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리고 있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G30(Group of 30) 인터내셔널 뱅킹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신 총재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 올라예미 카르도소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신 총재는 다음 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둔 묵언기간이라 통화정책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대신 지난 8월 잭슨홀 회의에서 다뤄진 AI와 금융안정 논의를 화두로 꺼냈다.
그는 AI가 사실상 '블랙박스'라고 할 만큼 투명성이 낮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여기서 비롯되는 도전에 대응하려면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물었다.
신 총재는 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잭슨홀 회의에서 펼친 주장을 거론했다. 라잔 전 총재는 AI 모델 자체가 매우 다양해 어느 정도 보호막이 된다고 했는데, 신 총재는 이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 총재는 "(라잔 전 총재의 발언이) 일반론으로는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여러 제약 아래에서 움직이고, 그 제약이 충격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상관된 행동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 자체가 시장 참가자들의 행동을 한 방향으로 묶는 조정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시장 참가자들이 막대한 레버리지를 쓰는 경우를 들었다.
신 총재는 "우리 모두가 레버리지를 잔뜩 쓰고 있다면 가격이 떨어질 때 모두가, 아니 적어도 상당수가 강제 매도자가 된다"며 "가격은 더 떨어지고 사람들은 더 판다. 그러면 우리가 모두 서로 다른 AI 모델을 쓰고 있는데도 갑자기 똑같이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이런 획일화 위험이 AI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자체에 내재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시장 참가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 해법으로는 자본, 레버리지 규제, 담보 등의 고전적 규제를 꼽았다.
신 총재는 "참가자들이 정말 다양하다면 가격이 떨어질 때 (강제 매도에) 내몰리지 않을 것"이라며 "레버리지를 낮추고 자본을 늘리고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더 큰 다양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는 거대한 미지의 영역이지만, 몇몇 기본 규칙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이은 국경 간 지급결제 논의에서 신 총재는 한은이 추진 중인 '한국은행원화국제결제망'을 소개했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기억 탓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지급결제 시스템과 금융시장 자유화를 주저해 왔다면서도 이제는 때가 무르익었다고 진단했다.
원화국제결제망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이며 내년 1월 정식 가동에 들어간다.
신 총재는 원화국제결제망이 가동되면 방콕에서 뉴욕에 있는 사람에게 한국 내 은행 계좌 없이도 원화로 송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이러한 결제가 중앙은행 화폐로 이뤄진다면서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30은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기관장, 경제학자 등 국제 금융·경제 분야 전문가 약 30명으로 구성된 비영리 민간 협의체다. 매년 10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간에 연례 세미나를 연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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