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도 외국인 주식 매도 부담…IB "원화 강세 제약"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원화 강세 흐름에 변수가 떠올랐다.
반도체 수출 증가가 달러 공급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반도체주 매도에 따른 자금 유출은 달러-원 환율의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조가 원화에 우호적이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외국인 증권자금 흐름과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은 141억6천만달러 순유출되며 한 달 만에 유출로 전환했다.
채권자금도 58억1천만달러 순유출되면서 전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199억7천만달러 순유출됐다.
한은은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과 AI 투자 둔화 우려 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을 주식자금 순유출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최근에는 AI 관련 기업의 투자 수익성과 자금조달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졌다.
◇ IB "반도체 호황은 원화 지지…자금 유출이 강세 제약"
해외 IB들도 반도체 수출 호조를 원화 강세 요인으로 평가하면서도 자본 유출에 따른 제약 가능성을 제기했다.
DBS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9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83.5% 증가해 시장 예상을 웃돌았으며, 반도체 수출도 263% 급증했다고 짚었다.
창웨이량 DBS 외환·크레딧 전략가는 "견조한 수출 실적이 원화를 지지할 것으로 보지만, 원화가 3분기의 상승세를 반드시 반복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원화의 균형환율 대비 가치평가가 중립 수준으로 돌아온 데다 환헤지 활동이 약화하면서 포트폴리오 자금 유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MUFG는 반도체 수출 사이클에 따른 원화 강세 전망을 유지했다.
MUFG는 지난 2일 '2026년 4분기 아시아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AI와 반도체 사이클은 역내 환율 차별화의 핵심 요인으로 남아 있다"며 한국과 대만을 대표적인 수혜국으로 꼽았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업황 개선은 가격 상승이, 대만은 물량 증가가 주도했다는 차이에도 두 국가의 통화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MUFG는 올해 4분기 원화가 달러화 대비 0.7%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원 환율은 올해 말 1,350원, 내년 1분기 1,330원, 2분기 1,315원, 3분기 1,300원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AI 투자 증가세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하는 상황을 아시아 통화 전망의 주요 하방 위험 중 하나로 지목했다.
◇ 반도체 수출 호황, 내년 물량보다 가격
향후 원화 흐름을 좌우할 반도체 수출의 관건은 물량보다 가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반도체 수출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관전 포인트는 수출물량보다 가격 경로에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수출 호황을 가격 상승이 주도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메모리 생산설비 증설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물량은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이후 반도체 수출물량지수의 평균 증가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올해 8월 수출물가지수를 기준으로 가격 시나리오별 수출액을 추정했다.
그 결과 2027년 반도체 수출액은 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4천848억달러, 20% 상승할 경우 7천265억달러로 추산됐다.
가격 경로에 따라 최대 2천417억달러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이는 반도체 가격에 따라 한국 반도체 수출실적과 외화창출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반도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 : KB국민은행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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