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필요하지만 M&A 자회사까지 막아선 안 돼 반론도
회사법 전문가 "기업 자율성 훼손하는 과도한 규제 지양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 솔리다임에 이어 LG전자[066570] 베어로보틱스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해외 자회사 기업공개(IPO)에 대한 규제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한 자회사의 상장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 솔리다임은 최근 IPO 주관사 선정과 프리IPO 투자유치 추진 소식이 전해졌다.
LG전자가 지배지분을 보유한 미국 로봇기업 베어로보틱스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상장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M&A 자회사 상장까지 규제해야 하나
솔리다임과 베어로보틱스는 기존 사업부를 떼어내 상장하는 물적분할 자회사와 출발점이 다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해 확보한 회사이며, 베어로보틱스도 LG전자가 해외에서 지분을 인수해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시행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물적분할뿐 아니라 인수하거나 신설한 자회사에도 주주보호 의무를 적용한다.
다만 물적분할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의무화한 반면, 일반 자회사는 권고사항으로 규정했다.
이를 놓고 회사법 전문가들은 기업의 성장과 자금조달 필요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M&A 등을 통해 인수한 자회사의 상장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이 해외에서 인수한 회사를 성장시켜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것까지 제한하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강 교수는 특히 "주주보호를 명분으로 기업 활동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인수한 기업은 현지 자금조달과 투자유치, 사업 확장을 위해 IPO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 만큼 기존 사업을 분할해 별도 상장하는 사례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은 자회사를 확보한 방식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존 사업부를 떼어내 상장하는 것이든, 독립된 회사를 인수해서 상장하는 것이든 상관없다"며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면 중복상장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주주동의 없어도 이사회 책임은 남아
해외 인수 자회사는 주주동의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물적분할 자회사보다 상장 문턱이 낮다.
그러나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주주소통, 상장 찬반 결의 등 5대 의무가 적용된다.
문제는 미국 IPO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주동의를 받지 않은 일반 자회사라도 국내 상장이라면 거래소의 개별 심사를 거치지만, 해외 상장은 국내 모회사에 대한 간접 규제에 의존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0억원의 상장계약위약금 등을 부과할 수 있으나, 미국 IPO 자체를 중단시키는 수단은 아니다.
개정 상법에 따른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도 쟁점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올해 발표한 논문에서 이사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지만, 개별 주주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의무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사회는 어느 방안이 전체 주주가치에 기여하는지를 경영판단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회가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상장을 추진할 경우 주주들과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자회사 IPO를 둘러싼 쟁점은 상장 자체를 제한할 것인지, 이사회의 책임과 주주보호 절차를 강화할 것인지로 좁혀진다.
다만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싣기보다 해외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업의 자금조달과 성장 기회를 제약하지 않는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솔리다임 관련 입장문을 통해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장기적 주주가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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