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보험사들의 시선이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도쿄해상으로 향하고 있다.
초저출생과 급격한 고령화,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이라는 '한국 보험업계의 기시감'을 20여 년 전 먼저 겪고도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도쿄해상의 성장 공식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도쿄해상은 2000년대 초반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과 인구 감소 충격에 부딪히자 과감한 체질 전환을 택했다. 일본 내 자연재해 위험과 상관관계가 낮은 해외 사업 비중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며, 자동차·화재보험 중심의 전통적 포트폴리오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16일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도쿄해상의 해외 인수·합병(M&A)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해상의 핵심 성공 방정식은 대형 인수로 거점 확보 후 중소형 볼트온(Bolt-on) M&A를 통한 역량 확장으로 요약된다.
도쿄해상의 그룹 조정순이익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3%에서 2024년 70%로 확대됐다.
대표적인 전환점이 2015년 단행된 미국 특수보험사 HCC인슈어런스 M&A다. 당시 약 8조원을 과감히 투입해 100개 이상의 특화 보험 종목을 취급하는 글로벌 사업 플랫폼을 단번에 손에 넣었다. 이후 기존 사업을 유기적으로 보완하는 중소형 M&A를 지속하며 글로벌 전문성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보험사를 넘어 가치사슬 전반의 전문 역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쿄해상은 지난달 영국의 상용자동차보험 전문 총괄대리조직(MGA)인 DCL을 약 4천800억원에 사들였다. DCL은 20년 이상 축적된 정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문 언더라이팅과 자체 보험금 청구 관리 기능, 탄탄한 전문 브로커 네트워크를 보유한 곳이다. 이는 직접 보험 리스크를 떠안지 않고도 특정 종목의 전문 기능과 고객 접점만을 정밀하게 사들이는 진입 전략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국내 대형 손보사인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그리고 있는 미래 전략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삼성화재는 영국 로이즈 보험사 캐노피우스 잔여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앞서 2019년, 2020년,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총 1조2천억원을 투입해 캐노피우스 지분 40%를 확보한 바 있다. 또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거점 확대와 글로벌 재보험·특화보험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장기인보험 중심의 출혈 경쟁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국내 보험사의 한 CEO는 "로이즈 등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이너서클에 포함돼야 좋은 물량을 받아올 수 있는데, 도쿄해상은 이미 들어간 상황"이라며 "국내 보험사 가운데에는 그나마 삼성화재가 초기 단계지만, 진입에 성공하는 등 국내 보험사들도 도쿄해상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DB손보 역시 올해 5월 말 미국 특화보험사인 포테그라를 약 2조3천억원에 인수 완료하며 해외 확장에 나섰다. 포테그라는 1978년 설립된 글로벌 보험그룹으로, 특화보험·신용보증보험·보증 등 보험 관련 서비스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KB손보의 경우 영국 로이즈의 주요 신디케이트(보험 공동인수조직)에 자본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국내 보험사 앞에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문혜정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도쿄해상이 문화적 적합성, 높은 수익성, 견고한 사업 모델이라는 명확한 원칙 아래 피인수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철저히 존중하고 그룹 자본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가치를 키웠다"고 짚었다.
단발성 매물 인수에 그치지 않으려면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일관된 인수 판단 기준, 인수 후 통합 관리(PMI), 비핵심 사업 매각 및 자본 재배분을 아우르는 일관된 M&A 실행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부 이윤구 기자)
yglee2@yna.co.kr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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