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3분기 영업익 107조에도 주가 급락…코스피 PER 8배 수준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454.59포인트(p)(7.57%) 하락한 5554.22로 거래를 마쳤다. 2026.10.15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주식시장의 기업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케 하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은 역대 최대치를 갱신 중이지만 주가는 역사적인 저평가 영역으로 밀려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는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베팅했던 시장이 이제는 그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57% 급락한 5,554.2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 기간에만 21% 가까이 떨어졌다.
전날 일부 기술적 반등에 나섰지만 일주일여 만에 7,000선에서 5,000선으로 내려앉았다.
급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21.8%, SK하이닉스는 28.9% 하락했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47%에 육박하는 만큼 반도체주 급락은 곧 지수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례적인 것은 주가와 실적의 방향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천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782.5% 급증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SK하이닉스 또한 지난 2분기 60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쓴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3분기 실적 발표도 앞두고 있다.
국내 기업 전체의 수익성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기록적인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의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6.9%로 역대 최고치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 비율은 6.2%로 떨어진다.
반도체 두 기업이 국내 기업 전체의 이익 증가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기록적인 이익이 오히려 주식시장에선 불안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지금처럼 확대되지 못한다면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수 있고, 현재의 높은 이익도 정점을 지나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미국 빅테크들이 AI 서비스에서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부터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 증가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성을 둘러싼 의구심도 커졌다.
높은 미국 금리 역시 주가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AI 산업의 특성상 금리 상승은 자금조달 부담을 키우고 미래 이익에 대한 현재 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실적과 주가의 괴리는 밸류에이션에서도 확인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까지 확정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을 8배 수준"이라며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한국 증시의 수급 공백과 투자심리 위축이 빚어낸 과도한 조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공통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 증시의 낙폭이 컸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18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가 집중되면서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지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낮은 PER을 곧바로 저가 매수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경계할 대목도 있다.
PER은 현재의 주가를 기업 이익과 비교하는 지표다.
반도체 호황으로 분모인 이익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상황에서는 향후 이익이 감소할 경우 PER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결국 현재 코스피가 저평가 국면인지, 시장이 미래의 실적 둔화를 선반영한 것인지는 반도체 기업들의 향후 실적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지난 7월 급락 당시 형성된 저점에 이어 두 번째 바닥을 확인한 뒤 W자형 반등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AI 투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역사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사상 최대 실적이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 코스피가 마주한 역설의 핵심은 지금 얼마나 많이 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도 그만큼 벌 수 있느냐"라며 "수익 성장의 기울기가 어떻게 그려질 지가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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