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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남 구하던 韓에 이젠 러브콜 쇄도…방콕의 '슈퍼스타'

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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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면담 19건 중 12건이 상대 요청…"韓경제 위상 보여준 시간"

[출처 : 재정경제부]

(방콕=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세계은행(WB)은 지난 2024년 한국을 '성장의 슈퍼스타(growth superstar)'라고 치켜세웠다.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이 개발도상국의 필독서라는 찬사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현장에서 바라본 한국은 개도국과 선진국을 막론하고 진짜 '슈퍼스타'가 된 듯한 모습이다.

과거에는 주요국 재무장관과 면담 한번 잡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각국에서 한국의 경제수장을 만나겠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1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번 방콕 IMF·세계은행 연차 총회 및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출장에서 총 19건의 양자 면담을 소화했다.

역대 경제부총리의 IMF·WB 연차총회 출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 2024년과 2025년 10월 연차총회 당시 부총리의 양자면담은 각각 9건과 5건으로, 올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각국 경제수장과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차총회에서 누구와 얼마나 많은 면담을 갖는지는 해당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다.

눈길을 끄는 건 19건 가운데 12건은 한국이 먼저 문을 두드린 게 아닌 상대측에서 먼저 만나자고 손을 내민 면담이라는 것이다.

과거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주요국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먼저 만남을 요청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주요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이고 여러 경로로 접촉을 시도해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주요국이 먼저 한국과 협력의 접점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면담 대상도 일본과 영국, 독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국제금융기구 수장과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탓에 이 부총리는 정식 회의실 대신 잠깐의 틈을 활용한 면담도 이어졌다.

독일의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는 별도의 공식 면담 시간을 확보하는 대신 '풀 어사이드(Pull-aside)' 방식으로 면담을 가졌다. 호주의 짐 차머스 재무장관과도 시간을 쪼개 스탠딩 형태로 만날 수 있었다.

면담 횟수 못지않게 주목할 대목은 협력의 내용이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국제금융기구와의 협력이 공적개발원조(ODA) 확대와 출자 등 협력 기반을 다지는 데 무게가 실렸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구체적인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금융기구의 국내 AI 협력거점 설립 추진이다.

한국은 이번 출장에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과 AI 협력거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도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국제금융기구에 자금을 출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협력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는 지난해 한국 기후기술허브(K-Hub) 설립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AI와 핵심광물, 원전 등 미래 산업 분야로 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주요국과의 양자 협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독일은 자동차·화학·제약 등 자국의 주력 산업에 피지컬 AI를 접목하는 데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호주와는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싱가포르와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국부펀드를 활용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이 단순히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를 넘어, 주요국이 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손잡아야 할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국과의 경제·금융 협력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한국과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재무·통화당국 수장이 함께하는 '2+2' 회동을 개최해 경제·금융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일본과는 올해 만료 예정이던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와도 잇달아 만나 한국 경제의 성장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재확인했다.

지난 2024년과 2025년 미국 워싱턴DC 연차총회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IMF·세계은행 연차총회를 취재했지만, 이번 방콕에서는 이전과 다른 한층 고무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내부 보고와 면담이 밤늦게까지 쉴 틈 없이 이어져 부총리의 체력이 걱정될 정도였는데, 정작 본인은 괜찮다고 하셔서 직원들도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나라가 먼저 한국을 찾는 데 대해 이 부총리 역시 반가워하며, 바쁜 일정을 즐겁게 소화했다고 귀띔했다.

빼곡한 일정에 대한 부담보다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현장에서 체감한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에 대한 높은 평가와 강화된 위상을 보여준 시간이었다"며 "G20 의장국을 수임하는 오는 2028년에는 올해 의장국인 미국, 내년 의장국인 영국과 긴밀히 협력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고 말했다.

jhpark6@yna.co.kr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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