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진 제공]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월스트리트에서 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감지된다.
AI가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라는 기대는 여전하지만, 막대한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를 따지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뉴욕 증시에서 나타난 AI 관련 기술주 매도세와 신용시장 불안은 이런 의문을 부각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동반 급락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일부 회사채 수익률은 한때 16%까지 치솟았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기존 고정금리 채무의 이자가 곧바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차입이나 만기 채무 차환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동안 AI 열풍을 이끈 것은 천문학적인 투자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설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투자는 건설과 장비 수요를 늘려 미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과 그 시설에서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여기서 월스트리트의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도대체 누가 그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AI 산업이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기업과 소비자 등 최종 고객의 지출이 충분히 늘어나야 한다. 코카콜라나 나이키 같은 전통 기업이 AI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거나 새로운 매출을 창출해야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유인이 생긴다. 물론 AI의 혜택이 기업 고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활용이 지속 가능한 매출로 연결되느냐다.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규모를 검증하기는 아직 어렵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9월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69%가 AI를 실제 업무에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성과를 수치로 제시한 기업은 29%였다.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성과지표를 공개한 기업은 2%에 그쳤다.
이는 AI 도입 기업 대부분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AI의 경제적 효과를 투자자가 검증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한 기업이 적다는 의미다. 고객이 비용을 절감하더라도 그중 얼마를 AI 서비스 요금으로 지불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오픈소스 모델의 발전과 경쟁 심화로 사용료가 낮아지면 AI 이용이 늘어도 공급업체의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여기에 고금리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지난주 미국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예상을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다시 거론됐다.
높은 금리는 특히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AI 인프라 기업의 신규 자금조달과 차환 부담을 키운다. 자체 현금흐름이 풍부한 빅테크와 부채로 설비를 확장하는 신생 클라우드 기업의 충격은 같지 않다.
코어위브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지만 수익은 장기간에 걸쳐 들어온다. 고객 수요가 기대보다 느리게 늘거나 반도체의 경제적 수명이 짧아지면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이미 발생한 채무의 상환 의무는 그대로 남는다.
위험은 개별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관련 투자가 주식과 채권시장에 동시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아폴로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을 추종하는 지수에서 대형 클라우드 기업인 하이퍼스케일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7월 2.7%에서 올해 7월 4.8%로 높아졌다. 아폴로는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차입이 늘면서 이 비중이 2030년에는 10%에 근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에도 양면성이 있다. AI 설비투자는 당장 성장률을 떠받치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면 건설과 반도체, 전력 설비 수요가 함께 둔화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AI 혁명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닷컴버블은 터졌지만, 인터넷은 결국 세계 경제를 바꿨다. 당시 많은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모두 승자가 된 것은 아니다. 기술의 성공과 투자자의 성공은 별개의 문제다.
AI의 가능성을 믿는 것과 현재의 투자 규모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는 것은 다른 판단이다. 월스트리트가 이제 묻는 것은 AI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언제, 얼마나 많은 현금을 벌어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느냐다. 월스트리트가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는 이유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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