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현대모비스]
(서울=연합인포맥스) ○…현대모비스[012330]가 차량용 조명을 만드는 램프 사업부를 프랑스 기업에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통해 기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고 미래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거래의 방식은 현대모비스가 국내 램프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한 뒤, 해당 회사 지분과 해외 램프사업 관련 법인 지분을 프랑스 자동차 부품 기업 OP모빌리티에 매각하는 구조다.
문제는 현대모비스가 내놓은 공시를 살펴보면 '거래 가격'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30일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회사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이 공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램프사업 매각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확정 답변까지 갈음했다.
그런데 이 공시 어디에도 거래 가치나 실제 매각대금은 기재되지 않았다. 분할할 회사의 지난해 매출이 1조220억원에 달하고, 해외 사업까지 포함하면 연간 매출이 2조5천억원에 이르는 사업을 매각하면서도 정작 매도자인 현대모비스의 공시에는 거래 가격이 빠진 셈이다.
반면 인수자인 OP모빌리티는 같은 날 유럽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의 공식 채널을 통해 거래 기업가치(EV)가 6천억원이라고 공개했다.
현대모비스가 계약 체결 당시 국내 언론에 별도로 배포한 설명자료나 IR 자료에도 거래가격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거래 기업가치 6천억원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발표자료는 매도자가 아닌 인수자 측에서 나온 것이다.
더구나 OP모빌리티가 밝힌 '6천억원' 역시 실제 지분매각대금이 아닌 기업가치(EV) 기준이다. 기업가치와 실제 주식매매대금은 순차입금이나 계약 조항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결국 국내의 분할 신설 회사와 해외 램프사업 관련 지분을 각각 얼마에 넘기는지, 현대모비스 측에 실제 얼마의 현금이 유입되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처: 유로넥스트]
물론 모든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가격 공개가 일률적으로 의무화된 것은 아니다. 일정한 공시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별도의 주식 처분 공시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는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시했으며, 거래가격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OP모빌리티가 발표한 6천억원의 기업가치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적 공시의무를 충족하는 것과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매수 기업이 공식적으로 밝힌 거래 가치조차 매도 기업이 공시에 공식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이 적절했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이는 현대모비스 스스로 내세운 지배구조 원칙과도 대비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회사는 주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충분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공한다. 또한 공시의무가 없는 정보를 공개할 경우에도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제공한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서도 기업의 소유구조나 주요 사업에 변동이 있을 때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소액주주 의견수렴과 반대주주 권리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현대모비스 역시 이 원칙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내달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램프 사업 물적분할을 위한 분할계획서 승인을 의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번 물적분할이 램프 사업 매각을 전제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거래 가치는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정보다. 주주들이 분할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기에 앞서 회사가 이를 자사 공시를 통해 직접 설명할 필요는 없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주주 보호의 출발점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중요한 경영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데 있다. 법적 공시의무를 다했다고 해서 주주에 대한 설명까지 충분했다고 볼 수는 없다.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자사 사업 매각 규모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증권 거래소 홈페이지까지 뒤져서야 되겠는가.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윤은별
e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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