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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받은 빚' 포기 실적 공개하라고?…금융권 "수익 감소·악용 우려"

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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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정리 압박·도덕적 해이 우려 상존"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별 연체채권 포기 실적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마다 연체채권 규모와 차주 구성이 다른 상황에서 채권 포기 실적이 공개되면 특정 금융사에 채권 정리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연체채권의 소멸시효 연장을 제한하면서 기존 추심 회수수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건부 대손인정제도를 시행하며 이르면 이달 중 은행·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상호금융회사의 연체채권 관리 실적을 회사별로 공개할 방침이다.

공시 대상은 소멸시효 완성 등을 통한 채권 포기, 채무조정, 채권 매각 실적 등이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실적을 업권별 금융협회인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을 통해 공개하고 이후 반기마다 공시할 계획이다.

그간 금융사들은 연체채권 관련 자료를 금융감독원에 분기별로 제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개별 금융사의 채권 포기·조정·매각 실적을 정기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별도 공시체계는 없었다.

이번 공시가 도입되면 금융사별로 장기연체채권을 얼마나 정리해왔는지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공시를 통해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거나 반복적으로 매각하면서 추심을 이어가는 관행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회사별 채권 포기 규모가 공개되면 채권 관리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사마다 가계대출 비중과 차주의 신용도, 연체채권 규모가 달라 단순 금액 비교만으로 채권 정리 노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채권 포기 규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채권 포기액이 많은 회사와 적은 회사 모두 실적 공개 과정에서 별도의 해명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별로 채권 규모와 차주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채권을 많이 포기했다고 좋거나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개별 실적이 공개되면 장기연체채권 규모가 클수록 채권 정리에 대한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채권 포기 금액을 기준으로 할지 건수나 계좌 수를 함께 공개할지, 소멸시효 완성 실적을 어떻게 분류할지도 관건으로 여겨진다.

금융권은 조건부 대손인정제도가 채권 회수수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바라본다.

기존에는 금융사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한 이후에도 소멸시효를 연장해 추심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미 장부에서 상각한 채권에서 추가로 회수한 금액은 금융회사에 회수이익으로 반영된다.

앞으로 조건부 대손인정을 받은 채권은 원칙적으로 최초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에 시효를 끝내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추가 회수를 시도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된다. 금융회사가 대손인정을 신청하는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 중 은행·보험회사는 5천만원 이하, 저축은행·여전사 등은 3천만원 이하가 적용 대상이다.

금융권은 제도 악용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반복적인 시효 연장과 장기간 추심을 제한하면 취약차주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동시에 금융사의 채권 관리비용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일부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기대하며 상환을 미루거나 법률대리인의 조력을 통해 채무 부담을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상환할 능력이 있는데도 돈을 갚지 않으려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라면서도 "제도 변화가 법률대리인 개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어 채권 회수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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