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치 산정 기준 넓혀 자금 문제 해결…이주비 보증 상품도 신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에서 주택공급 추진상황과 향후 공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2026.10.16 jeong@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과 보증 지원을 확대한 것은 인허가와 규제 완화에 더해 실제 착공을 가로막는 자금 문제까지 풀어야 주택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합원이 사업 이후 받을 새집의 가치가 높더라도 당장 임시 거처를 마련할 돈이 부족하면 기존 집을 비우기 어렵고, 이는 사업 전체의 철거·착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새로 지을 주택의 가치를 반영해 기본 이주비 대출 여력을 높인 데 이어, 부족분을 조달하는 시공사·조합의 대출에도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을 제공할 방침이다.
◇새집 받을 조합원도 이주자금은 부족…미래 가치 반영해 간극 축소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의 담보가치 산정 기준을 넓힌 데 이어 주금공의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주비 지원의 출발점은 정비사업 이후 확보할 자산가치와 당장 조달할 수 있는 자금 사이의 간극이다. 조합원은 사업이 끝나면 신축주택을 받지만, 기존 집을 비운 뒤 완공 때까지 머물 전셋집 등 임시 거처는 먼저 마련해야 한다.
기존 자산을 정비사업에 투입한 채 별도의 거주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향후 새집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당장의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업 이후의 자산가치와 이주 단계의 자금 조달 능력을 연결할 금융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종전 이주비 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할 때 기존 토지와 건물의 가치인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새 아파트의 예상 가치가 높아도 이주 단계의 대출 가능 금액은 기존 자산가치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 8·13 대책에 따라 8월 31일부터 종전자산평가액과 신축주택의 추산 가치인 '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더 큰 금액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는 대출 비율인 LTV 자체를 높이는 것과는 다르다.
같은 비율을 적용하더라도 기준이 되는 자산평가액이 커지면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나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정비사업 이후의 가치를 이주 단계의 대출 산정에 반영해 조합원이 자금을 마련할 여력을 넓혔다.
정부는 지난 16일 주택공급 정책 브리핑에서 강북 사업장 사례를 들어 산정 기준 개선으로 기존보다 이주비 대출을 1억원 넘게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증가액은 사업장과 조합원별 자산평가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담보가치를 더 인정받는다고 필요한 이주비 전액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산평가액에 LTV를 적용하고 대출 한도도 따져야 하는 만큼,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금액과 기본 대출 사이에 부족분이 남을 수 있다.
◇개인 대출로 못 메운 부족분…시공사·조합 자금 조달도 지원
추가 이주비 보증은 이러한 기본 대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조합원이 직접 빌릴 수 있는 금액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부족한 자금을 공급하는 시공사·조합의 조달 경로까지 뒷받침한다.
기본 이주비는 조합원이 직접 대출받지만, 추가 이주비는 시공사나 조합이 은행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조합원에게 다시 빌려주는 방식이다. 조합원에게 추가 자금을 공급하려면 시공사·조합부터 은행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따라서 기본 이주비 대출을 확대하더라도 사업 주체가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일부 조합원의 이주비 부족은 남을 수 있다. 조합원 개인과 사업 주체의 자금 조달을 함께 지원해야 이주 단계의 공백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주금공은 내년 1월 이 사업자대출을 뒷받침할 추가 이주비 보증상품을 신설할 계획이다. 보증한도는 사업장별 이주비 예상 수요를 고려해 산출한다.
이 같은 지원은 이주자금 부족을 개별 조합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비사업 전체의 일정과 연결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
인허가를 마친 사업장이라도 이주가 지연되면 철거와 착공으로 넘어가기 어려워, 공급계획을 실행하려면 이 단계의 금융 애로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정비사업의 금융 부담을 낮추는 조치도 병행한다.
주금공은 내년 1월 사업비·분담금·이주비 등 정비사업 대출 보증상품을 신설하고,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 이내 업체를 제외한 중소형 건설사에는 보증수수료를 0.1%포인트(p) 인하할 계획이다.
추가 이주비 보증이 조합원의 이주자금 부족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비사업 대출 보증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폭넓게 지원하는 수단이다. 이주 단계의 지원을 사업 전반의 금융 조달 여건 개선과 병행하는 것이다.
다만 이주비 대출 확대와 추가 보증은 조합원의 원리금 부담을 직접 줄여주는 조치는 아니다. 지원의 초점은 이주 단계의 자금 공백을 메워 철거·착공을 앞당기는 데 있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추가 이주비에 대해서도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이주비 부족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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